18일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 모습. (제공: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천지일보 2019.7.25
18일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 모습. (제공: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천지일보 2019.7.25

미국 국무부 주관 장관급회의서 ‘강제개종’ 사례 발표

15개 국제 NGO,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판 서한 발송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유럽NGO단체의 비판 성명 나와

올해도 암환자 데려다가 감금‧폭행 ‘강제개종’ 버젓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 내에서 강제개종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이 일고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중인 우리나라에서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강제개종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망신이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암환자까지도 강제로 감금하고 폭행한 사례가 폭로돼 그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강제개종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부재한 형편이어서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석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강제개종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발표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신흥종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강제개종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표됐다.

미 국무부가 주관하는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는 약 100개국 정부와 500개의 NGO·종교 단체 등이 참가한다. 올해 2회째를 맞았고,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2박 3일간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샘 브라운백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 등이 참석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확인 자료에 따르면 강제개종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 발표는 마지막날 열린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Roundtables)에서 이뤄졌다.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는 종교·양심·신념의 보호와 증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임으로 미 의회, 헬싱키위원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내 소위 이단 상담 목사들이 신흥종교 신도의 가족들과 납치를 모의하고 감금, 폭행 등을 통해 강압적으로 개종을 시도하고 있으나 경찰과 법원이 방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15개 국제 NGO 단체들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이들은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강제 개종 근절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사례를 발표한 이탈리아 사회학자 마시모 인트로빈녜는 “우리는 특정 종교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며 오직 인권을 변호한다”며 “신학적 논쟁은 종교 자유의 일부이지만, 신도를 살인하고 납치·감금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권과 정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헌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편지를 보냈다”며 “편지의 사본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추가 조사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는 미 국무부에 보내졌다”고 말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서명에 동참한 NGO단체는 CAP-LC(양심의자유협의회), CESNUR(신흥종교연구센터), EIFRF(유럽종교자유포럼), FOB(유럽신앙자유연맹), FOREF(종교의자유유럽포럼), HRWF(국경없는인권회), LIREC(종교신앙과양심의자유연구센터), ORLIR(국제난민종교자유관측소) 등 15개다.

국내 강제개종에 대한 비판 성명 사례 발표는 유엔 인권인사회에서도 있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는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가 목소리를 냈다. 이날 제41차 유엔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 회의에 참석한 CAP-LC 관계자는 신천지 신도에 대한 강제개종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CAP-LC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은 NGO로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20년 간 전문지식을 개발하고 종교 자유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CAP-LC는 성명에서 “20세기가 끝날 무렵 미국과 유럽의 법원은 강제개종자들의 범죄행위를 불법화 했다”고 밝히고 “기독교 목사들이 수행하는 강제개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CAP-LC는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심한 비난을 받고 있는 강제개종에 대해 조사하고, 이러한 불쾌한 관행과 일부 기독교 목사들의 강제개종을 지지하는 신천지 증오발언을 멈추는 데 한국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 암환자까지도 감금하는 ‘강제개종’

국제사회는 강제개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는 정부, 사법기관 및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7년 김선화씨, 2018년 구지인씨가 강제개종 과정에서 사망했지만 이에 대한 처벌과 대책은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가족들을 동원해 이뤄지고 있는 강제개종은 경찰로부터는 가정문제로 치부됐고, 종교적으로는 국내 기득권을 행사하는 특정종교에 의해 ‘이단상담’이라는 표현으로 정당화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강제개종 피해자들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일례로 2003년 이후 강제개종으로 피해를 입은 신천지 신도 사례만도 1444건이나 된다.

최근에도 광주전남지역에서 또 강제개종 사건이 발생했다. 신천지 신도인 A(여, 주부)씨는 지난 6월 9~18일 약 열흘 동안 지옥을 경험했다. 암환자였던 A씨는 감금된 상태에서 기성종교로 개종을 강요당했고,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뜯기고 질질 끌려가기도 했다. 개종 목자는 A씨가 끝내 개종되지 않자 남편에게 이혼을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구조 쪽지를 본 택배기사의 신고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구출될 당시 그는 175㎝에 57㎏으로 감금 기간 체중이 7㎏이나 줄은 상태였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지난해 10월 혈액암 일종인 위 말트 림프종 진단을 받은 송정미(가명, 42) 집사가 자신이 겪은 강제개종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7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지난해 10월 혈액암 일종인 위 말트 림프종 진단을 받은 송정미(가명, 42) 집사가 자신이 겪은 강제개종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7

2018년 구지인 씨 사망 이후 강제개종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4만 명 이상이 동의했지만 청와대는 피해자 신상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 청원을 돌연 삭제한 후 아무런 답이 없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강제개종자들을 조사해달라는 민원에 특정 종교에 관여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했을 뿐이다.

신천지 측은 “강제개종은 자신과 다른 종파의 구성원들을 납치, 감금해 개종을 강요하는 행위이며 이 과정에서 최대 수천만 원의 금품이 오고가는 등 사실상 돈벌이를 위한 사업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회 관계자는 “2018년 구지인 씨 사망 이후 정부와 사법당국에 강제개종금지법 제정과 강제개종 목사 조사를 요청했지만 외면당하면서 1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했다”며 “심각성을 해외에서 먼저 확인하고 연락왔다. 해외 전문가들과 연대해 종교의 자유를 지키고 종교증오 범죄를 근절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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