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금 행사가 열리는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에게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청문회 증언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금 행사가 열리는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에게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청문회 증언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우대’ 체계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비교적 발전된 국가들이 스스로 개도국으로 규정하고 혜택을 누린다면서 이런 나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의 개도국 지위 또한 위태롭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WTO가 시행하고 있는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에 따르면 개도국에게는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고 농업보조금도 규제도 느슨하게 적용된다.

개도국 기준은 나라 스스로 정한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다’라고 선언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매력 평가 기준 국내총생산에 있어 10위권에 드는 브루나이와 홍콩, 쿠웨이트,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를 거론했다. 또 G20 회원국이면서 OECD 회원국인 한국과 멕시코, 터키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국가를 나열했지만 핵심 타깃은 중국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면서 WTO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고 이는 미국에게 피해라는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시문서에서 중국을 가장 좋은 예로 거론하며 경제성장 내역을 상세히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도 트위터에 “엄청난 경제 대국인 중국은 WTO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여겨진다”면서 “따라서 중국은 굉장한 특전과 이점을 받고 있고, 특히 미국에 비해 그렇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WTO 체제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쓰는 전략이라 해도 이번 조치로 한국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농업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고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받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에 남았다.

이에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농수산물 분야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쌀 등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보호에서 이전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농산물 관세감축은 선진국의 경우 5년에 걸쳐 50∼70%, 개도국은 10년 동안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인 33∼47%를 감축해 평균적으로는 약 20%p의 감축률 차이가 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WTO에서 개도국 지위 결정 방법이 바뀌거나 개도국을 세분화 하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쉽게 관철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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