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소설 ‘암시’는 작가 한사오궁이 스스로 새로운 시도라고 밝힌 작품이다. 소설 ‘마교사전’을 쓴 뒤 작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은 오직 언어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 말을 입 밖에 내기 무섭게 스스로 의심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때부터 또 한권의 책을 써서 이 말을 뒤집어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암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언어 따위가 일찍이 다다른 적 없는 곳에도 삶이 존재할 수 있는지, 또 그와 같은 진짜 삶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작가의 말처럼 암시는 언어 밖의 이미지에 관한 책이다. 1부는 서로 다른 장면, 표정, 얼굴, 복장, 의식 및 기타 사물에 숨은 정보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꼬집는다. 그러고 나서 작가는 독자와 함께 이러한 이미지가 우리의 개인적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냉철하게 탐색한다.

예를 들어 2부에서는 이미지가 우리 기억, 감정, 느낌, 개성, 그리고 우리의 운명에 어떻게 간섭하는지 고찰하고 3부에서는 이미자가 사회와 경제, 정치, 교육, 문명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언어와 이미지가 영향을 주고받은 방식과 함께 그 안에서 현대사회가 당면한 지적 위기를 회화적으로 짚어낸다.

한사오궁 지음, 문현선 옮김 / 책과이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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