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보리스 존슨 새 총리(가운데)가 취임 하루 뒤인 25일 30여 명의 각료진 인선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각료회의를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새 총리(가운데)가 취임 하루 뒤인 25일 30여 명의 각료진 인선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각료회의를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보리스 존슨(55) 영국 신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오늘은 브렉시트(Brexit)를 향한 새로운 접근의 첫날”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전 장관은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15만 9천여명의 보수당원 가운데 66% 득표율로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을 제치고 승리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게 돼 존슨 전 장관이 집권당 대표가 되는 동시에 테리사 메이 총리의 총리직을 자동 승계하게 됐다.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존슨 전 장관의 이미지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외모에 직설적 화법, 언변의 마술사로 지지층이 넓은 반면, 진보성향을 가진 일부 젊은층에서 존슨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런던에서 IT업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첼시(27)는 존슨 총리의 취임에 대해 “강경론자인 존슨의 정치적 행동이 현재 영국에게는 필요하다”며 “최근 영국은 미국과 중국에 밀려 제대로 된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제는 그러할 때이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켈리(40)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에 대해 많은 영국인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의 행동은 온통 과격한 장난기로 가득차 있다.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은 여러모로 영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존슨 총리의 정치적 행동에 근심을 표했다.

BBC는 존슨 영국 신임 총리는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 달성에 주력할 것이지만, 유럽연합은 존슨 전 장관의 총리 내정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은 없다는 걸 거듭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보리스 존슨 신임총리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되고 있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현지시간)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관심이 많다”며 “영국의 새 정부는 친중적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이 서방 국가 중 최초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함으로써 AIIB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 딸도 예전에 중국에 머무르며 중국어를 배웠다”며 중국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BBC는 존슨이 이토록 친중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영국에 중국의 투자를 받기 위함이라며,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럽을 등지고, 미국과 중국에 손을 뻗어 국제무대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에게는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가 있다. 전임 메이 총리가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가장 유력한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BBC는 존슨 정부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 등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고민하고 있다며, 영국 내 중국기업들의 투자와 활동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국가안보 차원도 걸린 문제라 화웨이 제품의 수입을 금지할지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영국 가디언은 존슨이 언제까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유재량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 요구대로 화웨이 제품 수입을 금지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끝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하원을 찾아 성명을 발표한 존슨 총리는 “우리 임무는 영국을 단결하고 다시 열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되도록 하기 위해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완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이 2050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번성하는 경제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존슨을 비판하는 영국의 젊은 층은 그는 허풍쟁이에다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비꼬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존슨의 행동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아무도 이 나라를 저평가하지 않지만 이 나라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새 총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당 기부자인 대기업 부자들에게 조세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한 총리가 이 나라 국민 대다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취임 직후 내각 주요 각료도 싹 물갈이했다. 외교장관에는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이 기용됐다. 라브 장관은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브렉시트 협상을 책임지다가 메이 총리의 계획에 반발해 사임했다. 국방장관에 임명된 스코틀랜드 출신인 벤 월러스는 오랜 기간 존슨 총리의 동료다.

주요 보직 외에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정치인들이 내각에 대거 중용됐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존슨 총리와 함께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은 존슨 내각에서 랭커스터 공작령 대법관(Chancellor of the Duchy of Lancaster)에 임명됐다. 특정장관직이라기보단 한 단계 위의 보직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존슨 총리의 이 같은 내각 구성은 10월 31일 까지 브렉시트를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던 존슨 총리가 앞으로 이란 핵합의, 화웨이 공조, 주미 영국대사 전문유출 파문, 미·중 관계 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또한 강경하며 막말로도 유명한 존슨의 언행과 행동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그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가졌는지 영국인들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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