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총리 취임 이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총리 취임 이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보리스 존슨(55) 영국 신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예외는 없다”며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오는 10월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가진 첫 대국민 성명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이어 총리관저에 입성한 후 기존 각료들과 차례대로 면담하는 등 새 내각 구성에 돌입했다.

BBC, 연합뉴스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Brexit) 지지자를 주요 각료에 배치했다. 내각의 ‘넘버2’인 재무장관에는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이 기용됐다.

소수민족 출신에다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자비드는 당초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후 존슨 총리를 지지해왔다.

후임 내무장관에는 아시아인이자 여성인 프리티 파텔 전 국제개발부 장관이 발탁됐다.

외무장관에는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 브렉시트 협상을 책임지다가 메이 총리의 계획에 반발해 사임했던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이 기용됐다. 파텔, 랍 장관은 모두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다.

이들 주요 보직 외에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들이 내각에 대거 중용됐다.

BBC 방송은 존슨 총리가 메이 내각 구성원 중 각료 17명을 내보내는 등 급진적인 정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보수당 나이절 에번스 의원은 이번 내각 구성을 놓고 “여름날의 대학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존슨 내각에 브렉시트 강경파가 대거 기용되긴 했으나 존슨 총리 앞에는 브렉시트 외에도 해결해야 할 외교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유조선 억류를 둘러싼 이란과의 갈등이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서명국 중 하나인 영국은 그간 미국의 일방적 탈퇴에도 핵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걸프 해역에서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나포, 억류하면서 영국과 이란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회복도 존슨 총리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영국 극우정당의 반무슬림 동영상을 리트윗해 영국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고,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했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능하다’ ‘불안정하다’고 평가한 외교전문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 내정자에게 그간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온 만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를 좋아한다. 항상 그를 좋아했다”며 “그가 선출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매우 좋은 사람, 매우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중국과의 관계도 당장 닥친 문제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발생한 시위와 관련해 메이 총리, 헌트 외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지지 의사를 밝히자 중국은 “홍콩은 더는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다”며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양국 간 갈등은 영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허용에 여부에 따라 더 깊어질 수 있다.

앞서 메이 내각이 5세대(G) 통신망 구축에 대해 비핵심 장비에 한해 화웨이 제품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존슨 내정자는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 중국 기업들을 환영하지만 영국이 중요 국가 안보 인프라를 손상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을 중국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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