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선 국고손실 혐의로 징역6년
국정원장 ‘회계관계직원’ 쟁점
2심 “회계관계직원 아냐” 판단
국고손실 대신 횡령 혐의 적용
형량가중 안 돼 형량 1년 감소
관련사건 모두 1·2심 마무리
지금까지 받은 형량 총 32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원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박근혜(67) 전 대통령에게 항소심 법원이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27억원도 명령했다. 이는 1심에서 내려진 징역 6년과 33억원의 추징금에 비해 낮아진 형량이다.
2017년 10월 이후 재판을 ‘보이콧’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36억 5000만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국가의 손실 규모가 상당하다. 특활비 중 일부를 사저관리, 개인 의상실 유지비용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고손실을 유죄로 보고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뇌물수수에 대해선 직무관련대가로 지급됐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봤다.
이와 달리 2심은 뇌물도 국고손실도 유죄가 아니라고 봤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전 국정원장들의 항소심 선고에서 이들이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며 국고손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온 것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죄 역시 무죄라고 주장했다.
특가법 제5조(국고 등 손실)엔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규정된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직무에 관련된 죄를 범하면 가중처벌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2심은 국정원장은 중앙관서의 장일뿐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게도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장들과 공모해 횡령한 것으로 봤다. 형량이 가중되지 않는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도 내려가게 됐다.
재판부는 “특히 3명의 국정원장에게 33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1심은 국고손실죄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우리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특가법 법률 제5조에 관련된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해 국고손실도 무죄라고 본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2년과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관계 등에 비춰 뇌물죄가 인정돼야 하고, 국정원 회계의 최종책임자이자 결재자인 원장의 지위 등에 비춰 국고손실죄도 인정돼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의 주된 사유가 됐던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 항소심에서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정유라씨 승마지원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 등을 선고받았다.
또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20대 총선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인물들이 경선에 유리하게끔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나란히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날 선고로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들의 1·2심이 모두 끝났다.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형량은 총 징역 32년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