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시상식,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쑨양이 동메달을 획득한 영국의 덩컨 스콧을 바라보며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3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시상식,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쑨양이 동메달을 획득한 영국의 덩컨 스콧을 바라보며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쑨양, 자유형200m 금메달 획득

동메달 스콧, 쑨양 악수 거부

분노한 쑨양, 스콧에 막말

도핑 의혹에 선수들 쑨양 ‘무시’

22일에도 호턴, 시상 거부

호턴, 선수식당서 기립박수받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금메달. 경쟁에서 모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징표다. 대회 시상식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축하받아야 할 존재가 바로 금메달리스트다. 하지만 중국의 수영 영웅 쑨양(28)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쑨양은 23일 광주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93을 기록했다. 리투아니아의 다나스 랍시스(1분44초69)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랍시스가 부정 출발 사실이 드러나 실격되면서 쑨양이 금메달을 차지하게 됐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 이어 2연패다.

일본의 마쓰모토 가쓰히로(1분45초22)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시상식에 서지 못할 뻔 했던 마르틴 말류틴(러시아)와 던컨 스콧(영국)도 100분의 1초까지 똑같은 1분45초63의 기록으로 나란히 동메달을 따냈다.

영광스러운 금메달의 주인공은 쑨양이었지만 그는 동료들의 찬사대신 비난을 들어야 했다. 자유형 200m 시상식에서 던컨 스콧은 쑨양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쑨양이 먼저 예의 있게 다가갔지만 스콧은 단호했다.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한 중국 쑨양(왼쪽 두번째)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메달을 차지한 영국의 던컨 스콧(오른쪽)은 쑨양을 둘러싼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자리를 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한 중국 쑨양(왼쪽 두번째)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메달을 차지한 영국의 던컨 스콧(오른쪽)은 쑨양을 둘러싼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자리를 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흥분한 쑨양은 스콧을 향해 위협적인 제스처와 함께 소리를 질렀다. 쑨양은 “너는 패배자이고 나는 승자!(You loser, I’m winning, yes!)”라고 소리 친 것으로 알려졌다. 쑨양은 시상식 뒤 경기장을 나가는 과정에서도 다시 한 번 스콧에게 같은 말을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스콧은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쑨양이 우리 종목을 무시하는데 왜 우리가 쑨양을 존중해야 하나”고 밝히며 분명한 반감을 드러냈다.

쑨양이 이런 대접을 받는 이유는 도핑 의혹 때문이다. 금지약물 복용 의혹이 끊이지 않는 쑨양은 2014년 도핑 양성반응 때는 3개월 자격정지의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고, 지난해 9월 도핑검사관 앞에서 혈액 샘플을 망치로 부수고도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경고만 받은 바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실효성 없는 조치라며 반발,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광주대회에서 경영 종목이 본격 시작되면서 쑨양은 계속 화제의 중심에 섰다. 쑨양은 지난 21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2초4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로써 쑨양은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4회 연속으로 400m를 석권했다. 해당 종목에서 4연패가 나온 건 처음이다. 호주의 수영영웅 그랜드 해켓 만이 남자 자유형 종목에서 4연패에 성공한 바 있다.

업적으로 따지면 누구보다 존경받아야 할 쑨양이지만, 그의 도핑 의혹이 그 영광을 가렸다. 3분43초1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은 이날 시상대에도 오르지 않고, 쑨양과의 기념 촬영도 거부하면서 항의했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 최초 4연패를 달성한 중국 쑨양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은 쑨양을 둘러싼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 최초 4연패를 달성한 중국 쑨양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턴(왼쪽)은 쑨양을 둘러싼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맥 호턴은 예전부터 쑨양과 대립각을 세웠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호턴은 “금지약물로 속임수를 쓰는 선수와는 인사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됐었다.

그의 조국 호주도 이번 대회 시작 전 “쑨양의 사례는 도핑방지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FINA,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문제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수영의 전설 돈 프레이저는 한술 더 떴다. 그는 “FINA는 쑨양이 이번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됐다. 쑨양은 약물 사기꾼이고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쑨양을 비난하는 건 일부 선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여자 평영의 간판인 릴리 킹(22)은 “호턴이 쑨양과 세리머니를 거절한 뒤 선수촌에서 200여명의 박수를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릴리 킹은 20일에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금지약물 복용자와 경기를 펼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솔직히 불편하다”고 대놓고 쑨양을 저격하기도 했다.

결국 쑨양 측은 “쑨양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9월에 받을 재판 과정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개 재판으로 결백함을 증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도 신망을 잃고, 관객들에게도 야유를 받는 상황에서 반전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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