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아르키메데스(약 기원전 287년 ~ 기원전 212년)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다. 그는 어느 날 시칠리아 왕으로부터 왕관이 순수한 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금과 은의 합금으로 된 것인지 알아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왕관을 손상하지 않고 그 일을 해내야 했던 그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러 갔다. 그는 거기서 물속으로 들어가면 수면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물속에서 뛰쳐나와 벌거벗은 채 거리로 달려 나가며 “유레카!” 하고 외쳤다.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왕관과 함께 같은 무게의 금과 은을 단 저울을 물속에 넣어 보고선, 왕관이 금과 은을 섞어 만든 가짜 금관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왕이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인데, 유체 속에 잠겨 있는 물체는 물체의 부피와 같은 부피의 유체의 무게만큼의 부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이 유체 정역학은 연구실에서가 아니라 목욕탕에서 나온 것이다. 목욕을 하다가 아주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다.

뉴턴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캠브리지 대학이 당시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으로 휴교하게 되자 고향인 울즈소프로 내려가 2년 동안 지냈다. 이 시기에 그는 정원을 거닐며 사색을 자주 했다. 어느 날 그는 정원을 거닐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왜 사과가 하늘로 날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떨어지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일까.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는,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만유인력이라고 했다. 지구는 빠른 속도로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지만 지구의 생명들과 물체는 우주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는다. 그것은 지구에 작용하는 중력 때문이다. 지구의 중력도 만유인력의 일종인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이렇게 나온 것이다. 연구실이 아니라 정원에서 우연하게 말이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미국의 조너스 소크 박사도 자신의 이름을 딴 소크생물학연구소를 지을 때 건축가에게 연구실 천장을 높게 만들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연구실에서 쉬지 않고 일만 할 때는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13세기 때 지어진 성당에서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수도원의 천장이 높아 자신의 사고 공간도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연구소는 아주 높은 천장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인지 50 년간 12명이나 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천장이 높으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여기서 나왔고, 천장의 높이와 창의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됐고, 천장의 높이와 창의성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천장이 높으면 창의성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천장이 낮으면 집중하기엔 좋지만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데는 불리하다.

사무실이나 교실에 눌러 붙어 있어야 성과가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낯선 곳, 우연히 들른 곳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묘수를 발견할 수도 있다. 나가보면, 천장보다 높은 하늘도 있고 세상을 다 품을 바다도 있다.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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