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오래전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프렌치 불독 ‘개물림 사건’이 큰 주목을 받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최시원 가족이 기르는 애완견에게 이웃 주민이 물려 패혈증으로 숨진 황망한 사건이다. 지난달 경기 용인의 아파트 복도에서 폭스테리어 견종의 반려견 목줄이 늘어나면서 35개월 어린이가 허벅지 물림사고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유명 반려견 행동교육 전문가는 안락사를 주장하고, 견주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최근 대구에서도 개 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1살 대형견 보더콜리가 산책 중이던 67살 노인의 허벅지를 물었으며, 당시 보더콜리는 목줄은 했지만 입마개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에도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에서 6세 여아가 중형견인 아메리칸 불리에 머리를 물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한국소비자원의 통계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로 인한 신고 접수는 2016년 1019건, 2017년 1046건, 2018년 1962건으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개 등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점점 증가하고 있는 ‘개물림 사고’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견주들은 “우리 개가 무슨 잘못이냐”며 사람의 안전보다 개의 안전을 더 중요시 생각하고 있으니, 그들의 의식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보다 먼저 반려견 문화가 형성된 미국에서는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30명이 개에 물려 사망할 정도로 빈발하다. 반려견이 늘어나는 만큼 개물림 사고도 증가하는 셈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늑장 대응에 나서며 대형견 5종에 대한 입마개 착용 의무화에 이어 반려견 전체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나몰라라’하는 개주인들의 의식개선 교육부터 시급하다. 미디어, 온라인을 통해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반려견 관리에 대한 ‘해법’을 홍보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는 최근 ‘반려견 목줄 미착용’에 대해 단속에 나섰으나 여전히 견주들이 단속에 대한 저항이 큰 편이었다고 전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우리 개는 물지 않고, 사람도 없어서 잠깐 풀어놨는데 단속하는 것이 과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우리 개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강이나 아파트 단지,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보면, 조그맣든 크든 개를 끌고 다니는 적지 않은 견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빈번하게 ‘개 짖음’ 소리를 여러 번 경험하며 위협을 느낀다. 개의 목줄을 하고 다니는 견주들도 있지만, 입마개를 하고 다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목줄 없이 개를 풀어 산책을 즐기는 견주들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자신의 개들이 상대방을 향해 짖어대고 으르렁대도 견주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가거나 실례를 표현하지 않는다. 남보다는 자신이나 자신의 개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점점 ‘개물림사고’를 증가시키고 있다.

영국,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맹견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다. 영국은 법적인 허가를 받아야만 사육이 가능하고 스위스에선 면허 취득과 함께 정기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도 의무 교육이 필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서울에 있는 모든 구청들이 단속원들을 동원해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고 다니는 견주들을 체크하고 감시해야 한다. 개를 데리고 외출한 견주들의 외부 행동을 관리, 체크할 인력을 확대하고 적발 시 과태료를 대폭 높여야 한다.

개를 키우는 애견인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이기주의를 버리면 견주들의 사고방식은 변화할 수 있다. 가해견의 견주에 대해서 법적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구청이나 법원이 가해견 견주에 대해 형벌을 과하는 절차를 만들고 견주가 불이행 시 과태료 등의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견주들은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다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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