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종교탄압의 현주소
전도사 사역 중 경찰서 연행
끝없는 감시에 한국으로 건너와
시진핑 집권 후 종교 탄압 극심
정부 승인 교회, 설교까지 제한
“종교 세력 확산에 정부 위기감”
파룬궁 같은 대학살 자행할까 우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중국에서 모든 종교는 정부의 다스림 아래 있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에요….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기독교인들이 왜 정부의 다스림을 받아야 합니까? 그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중인 장위(가명, 31, 여)씨는 지난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앙의 자유와 안전’을 찾아 한국에 왔다고 했다. 장위씨의 고향은 중국 안휘성, 그는 상해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던 중 이단 세력이라는 오해를 받고 신변에 위협을 느껴 급히 한국으로 건너왔다.
장위씨가 한국으로의 탈출을 결심하게 된 건 지난 4월의 일이다. 당시 오전 10시쯤, 그가 활동하고 있는 교회에 갑자기 경찰 무리가 들이닥쳤다. 경찰들은 장위씨를 포함한 교인 2명을 끌어내 경찰서로 데려갔고, 3시간 동안 가뒀다가 오후가 돼서야 그들을 풀어줬다.
장위씨는 “그 어떤 법적 절차 없이 경찰서로 연행됐고 곧장 취조실로 끌려갔다”며 “경찰들은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주는 행위를 멈추라’고 겁박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당시를 끔찍한 기억이라고 표현하며 “취조실의 모습이 너무나도 두려워 한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풀려난 이후에도 경찰의 감시는 멈추지 않았다. 경찰들은 장위씨의 일거수일투족뿐 아니라 핸드폰도 감시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까지 연락해 “그녀가 시집도 안 가고 직장도 안 다니고 있다” “종교에 빠져서 그런다” 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결국 장위씨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가서 유학을 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을 빠져나왔다. 현재 그는 지인의 집에 머물고 있지만 비자가 만료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장위씨의 나라, 중국에선 헌법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종교 활동에 대해선 사실상 이같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정부가 승인을 받지 않은 종교 활동을 이른바 ‘불법 종교 활동’이라 규정짓고 단속을 강화하면서 공인을 받지 않고 운영하던 교회들이 연이어 폐쇄조치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속 교인들은 ‘종교사무조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형에 처하고 있는 등 탄압이 심각하다.
탄압을 피하기 위해선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굳이 탄압을 감수하면서까지 교회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위씨는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설교하는 데 제한이 있고 나라의 정치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하는데 중국에선 나라를 위해 신앙하라고 한다. 이는 진정한 신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종교 탄압은 시진핑 체제 이후 더 가속화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는 시진핑 집권 이후 ‘종교의 중국화’ 정책이 강조되면서 이슬람교와 기독교 등 외부 종교에 대한 탄압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집권 2기 체제에서 주석 임기 폐지 등 권력을 강화한 후부터 사상 통제가 심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당국에 체포된 기독교인이 1만여명으로 전년도 3000여명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위씨는 중국이 종교를 통제하는 이유에 대해 “종교 세력이 커지면 절대 권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종교를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가장 무서워하고 경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에 이 같은 두려움을 줬던 종교 세력 중 하나로 ‘파룬궁’을 지목했다.
‘파룬궁’은 백두산에서 수련했다는 중국인 리훙즈(이홍지)가 불가의 상승수련대법인 법륜대법(파룬따파)에 도교 원리를 결합해 선보인 기 수련법으로 1992년 창시했다. 진실하고 바른 삶(진), 선한 삶(선), 인내하는 삶(인)을 의미하는 ‘진·선·인’을 근본원리로 삼아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기공법을 단련하게 한다.
실제 파룬궁은 중국에서 단기간 수련자가 1억명이 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때부터 중국이 파룬궁을 ‘반정부 위험 세력’이라 규정하고 탄압하기 시작했다는 게 장위씨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무려 3만여명의 수련자가 잡혀가 목숨을 잃거나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혔고, 체포된 수련자의 상당수는 모진 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사형수로 판결을 받은 후에는 무자비한 장기 적출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 내에 파룬궁 수련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시자 리홍즈는 탄압을 피해 1996년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에서 망명 생활 중이다.
장위씨는 “기독교뿐 아니라 중국 내 이슬람 등 소수 종교 박해 상황도 심각하다”며 “중국 내에서 종교 세력이 점점 커진다면 정부는 파룬궁 수련자들을 학살했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학살을 자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