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전망대에서 북한 개성공단이 보인다.Tagⓒ천지일보 2019.4.7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전망대에서 북한 개성공단이 보인다.Tagⓒ천지일보 2019.4.7

38노스, 2008년 회의록 입수해 보도

“北고위급 2500명 동시 모니터링 계획”

“도청 막기위한 전파방해시스템도 논의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와 협력해 고위급 인사를 겨냥한 대규모 통신 감청망을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008년 5월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던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KTPC)와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간의 회의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회의가 열린 시기는 2008년 5월로 KTPC와 오라스콤은 25:75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합작해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북한에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2008년 12월에서 약 6개월 앞선 시점이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기술 실무진급으로 진행됐으나, 리수용 당시 제네바 유엔사무국 북한대표부 상임대표도 참석했다. 지난 2004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암살시도로 알려진 룡천역 폭발사고 이후 통신기술 통제가 북한 내에서 시급한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2008년 고려링크를 설립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사용하는 이동통신망을 따로 두고, 이와 별도로 고위층 전용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체 개발한 암호화 시스템이 내장된 휴대전화를 쓰도록 했다. 이 암호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판다그룹 소속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과 협력했다.

중국 베이징 화웨이 매장. (출처: 뉴시스)
중국 베이징 화웨이 매장. (출처: 뉴시스)

북한은 이동통신 통제를 위해 초기에는 2500대를 타깃으로 잡고 300개의 통화와 300개의 데이터 세션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합법 도·감청 통로(LIG)를 구축했다. LIG는 전 세계적으로 법 집행기관에서 범죄자를 감시하는데 사용되는 방식이다. 모니터링 센터에서는 6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고, 7테라바이트(TB) 규모의 저장 시스템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계획을 세웠다.

결국 모니터링 센터는 60명의 오퍼레이터가 동시에 접속해 180명의 사용자들을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구축됐다. 아울러 휴대폰 감시 시스템은 음성통화·문자 메시지·팩스 메시지를 가로챌 수 있고, 데이터 시스템은 인터넷 접속·파일 전송·멀디 미디어 메시지(MMS)·이메일 등에 대한 감시를 지원하도록 했다.

북한과 이집트 참석자들은 추후에 이동통신망이 더 확대되면 모니터링 시스템도 확대하기로 하고, 2단계로 5000명의 타깃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300개의 전화통화와 데이터 세션을 추가로 동시에 모니터하는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모니터링 대상자를 200명씩, 80개 통화씩 더 동시 접속해 모니터하고, 저장 능력도 10테라바이트로 확장할 계획이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위성을 통한 도청을 막기 위한 전파방해시스템 구축과 연구도 논의 대상이 됐다. 전파방해시스템을 위해 북한은 오라스콤에 1140만 유로에 달하는 전자장비 리스트를 건넸다. 1대에 18만 유로인 독일 로데슈바르츠의 FSP40 스펙트럼분석기 6대와 1대에 23만 유로인 같은 회사의 FSQ26 신호분석기 3대가 포함됐다.

38노스는 “간략히 말하자면, 고려링크를 이용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든 것을 모니터링할 계획이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 ZTE가 G마켓을 통해 4인치 듀얼코어 저가스마트폰인 Z폰을 출시했다. (사진제공: G마켓)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 ZTE가 G마켓을 통해 4인치 듀얼코어 저가스마트폰인 Z폰을 출시했다. (사진제공: G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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