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8시경 중국 군용기와 러시아 군용기가 북서방 방공식별구역(KADIZ)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 사격까지 했다. 사진은 우리 공군 전투기 모습 (출처: 대한민국 공군)
23일 오전 8시경 중국 군용기와 러시아 군용기가 북서방 방공식별구역(KADIZ)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 사격까지 했다. 사진은 우리 공군 전투기 모습 (출처: 대한민국 공군)

중·러 폭격기 4대, KADIZ 침입

러 A-50 1대는 독도 영공 침입

외교·국방 “중·러 대사관측 초치”

한반도, 평화서 무력시위의 장

靑, 러에 강력항의 “엄중한 사태”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중국·러시아 군용기가 23일 오전 동해상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고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비행하는 등 대한민국 영공까지 침범하면서 한반도가 미·일과 중·러 간 무력시위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들어서 중국은 수차례 KADIZ를 침범하고 이번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처음 침범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을 비롯해 이란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충돌이 잦아지면서 한반도에서도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중·러 군용기의 KADIZ 침범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상공 침범은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러시아 군용기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외교부 윤순구 차관보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초치해 KADIZ와 독도 영공 침입 등에 대해 항의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오른쪽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천지일보 2019.7.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오른쪽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천지일보 2019.7.23

◆중·러 군용기 ‘3시간여’ 침범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러시아 군용기 5대는 오전 6시 44분경부터 9시 56분까지 총 3시간 12분 동안 KADIZ를 드나들었다. 특히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영공을 2차례나 침범했다.

이날 합참 관계자는 “KADIZ를 침범한 군용기는 중국 H-6 폭격기 2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라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A-50) 1대는 오전 9시 9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가 공군 전투기의 차단기동과 경고사격으로 오전 9시 12분쯤 이탈했다. 이 군용기는 다시 오전 9시 33분 2차로 영해를 침범했다가 4분 뒤인 9시 37분 독도 영공에서 빠져나갔다.

합참은 “공군 전투기는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전방 1㎞ 거리로 360여발의 경고사격을 가했고, KADIZ를 무단 침입한 중국 폭격기에 대해 20여회, 러시아 폭격기와 조기경보기에 대해 10여회 등 무선경고통신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을 향해서는 1차 침범 때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 10여발과 기총 80여발을, 두 번째 침범 때는 플레어 10발과 기총 280여발을 경고 사격했다”고 밝혔다.

◆중·러, 미·일 겨냥해 도발 감행한듯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이번 침범은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합참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중국 군용기 2대는 이어도 북서방에서 시작해 일본방공식별구역인 JADIZ 침범,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근방에서 KADIZ 재진입, 울릉도 남방에서 퇴각 순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도발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분쟁으로 상호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중국을 향한 압박은 거셌다. 최근에는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 파기 문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충돌이 있으면서 이 해협에 대한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동맹들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여기에 반대하며 한반도에서 무력시위를 감행했을 수도 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에도 평화헌법을 수정해 일본 재무장화를 시도하겠다는 점도 이번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벌어지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러시아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FSC) 서기에게 “우리는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러시아 폭격기 모습. ⓒ천지일보DB
러시아 폭격기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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