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며 안정 의석을 유지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추진했던 개헌 발의 의석수 확보에는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 선거 개표 결과, 연립여당인 자민당은 113석, 공명당은 28석을 차지했다. 개헌에 찬성하는 일본유신회(16석)와 무소속 의원을 포함한 ‘개헌 세력’의 의석은 160석이다. 일본 참의원은 현재 245석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3분의 2이상(164석)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또한 이번 선거결과 자민당의 참의원 의석수는 종전 123석에서 113석으로 10석 줄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은 141석으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자민당 단독 과반은 이루지는 못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의 정치평론가들은 어떻게 하든 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아베의 야망은 일단 실현할 수 없게 됐다며 아베가 경제 전쟁을 도발해 한국을 위협하고 한일관계가 끊어지는 현상에 대해 일본 국민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로 자민당 의석수는 압승을 거뒀던 6년 전에 비해 감소했다. 당시 선거에서 자민당은 66석을 얻어 단독으로 선거 대상 121개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었다.

자민당은 헌법 제9조에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마련하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창당 이래의 비원(悲願)으로 규정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제9조 개정에 반대하고 있으며, 국민민주당도 대외적으로는 제9조에 자위대 존재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유신회는 9조 개정에 반대하지 않은 반면, 일본공산당은 제9조는 물론 현 헌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 확보에 실패했으나 헌법 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다음 날인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의원 선거는 국민에게 개헌 여부를 묻는 선거였는데 과반수를 확보해 국민의 재신임을 받았으니 개헌을 추진한다는 논리를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2020년을 개헌한다는 목표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 확보에 실패한 아베 총리는 국민민주당 등 야당에 추파를 보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1일 밤 후지TV 프로그램 등에서도 개헌과 관련해 “(야당인) 국민민주당 중에도 (개헌) 논의는 적어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호소해 갈 생각”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왜 아베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외치며 개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아베는 참의원 선거 이후 기자회견에서 2021년 9월까지인 남은 임기 동안 헌법 개정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레이와 시대’에 걸맞는 헌법 개정을 위해 중·참의원 양원 내 다수당으로서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일본 국민 모두 바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 시대’를 들먹거리며, 막을 내린 헤이세이(平成·1989∼2019) 시대는 평화로웠지만 거대한 재해와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화하고 일본 경제가 움츠러든 시기였지만, 새로운 레이와 시대에는 강한 일본, 자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국수성의 그림자 행보를 잇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그의 ‘꿈’을 이루고 개헌 추진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의원들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가운데 선거 당일 교도통신은 아베 정권하에서 개헌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7.5%로 40.8%의 찬성 의견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결국 일본 국민도 아베 총리가 추구하는 ‘도를 넘는 강한 일본’, 2020년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의견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아베의 임기가 2021년 9월 끝나고, 다음 참의원 선거가 2022년에 예정된 만큼 개헌을 몰아가는 데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인들은 포기하지 않는 아베의 개헌 드라이브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이른바 ‘개헌 세력’이 개헌발의선인 전체 의석 3분의 2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아베가 세력을 더 끌어모아 한국에 대한 경제 침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차 세계대전 패망국에서 벗어나 ‘강한 일본’, ‘미국과 같은 세계 리더’를 꿈꾸는 아베 총리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를 유지하지만, 최근 남북한, 미국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재팬 패싱(Japan Passing)’에 강하게 반발하며, 한국을 재물로 삼아 미중 패권전쟁 시대에 일본이 다시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를 욕심내고 있다.

아베는 이를 재확인하고자 하는 야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의 정치평론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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