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구속 이후 179일 만
보증금 3억원, 주거제한 등 조건
보석 거부할 가능성 남아있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석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2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양 전 대법원장은 올해 1월 24일 구속된 후 179일 만에 풀려나게 된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재판부가 내건 조건은 ▲주거 제한 ▲사건 관계자와 연락 제한 ▲보증금 3억원 납입 등이다.
재판부는 우선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 뒤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만 주거해야 한다고 제한했다.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시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라도 재판 관련자들이나 그 친족과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은 보증금 3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다만 배우자나 변호인이 제출하는 보석 보험증권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원의 소환을 받았을 때 미리 정당한 사유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만약 보석 조건을 어긴다면 보석이 취소되고 보증금이 몰취될 수 있다. 1000만원 이하 과태로나 20일 이내의 감치 처분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엔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기간 만료가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달 11일 0시에 최장 6개월의 1심 구속기한이 만료된다. 구속 만료까지 단 21일만 남아 있었다.
최근 들어 증인신문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아직 1심에서 해야 할 심리 과정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만료로 풀려날 경우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하고, 자유롭게 변호인을 접견하는 등 방어권을 펼치는데 훨씬 용이하다.
재판부는 자유로운 구속 취소보단 제약을 걸 수 있는 보석이 옳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제한 조건을 준수해야 하는 보석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 기간 만료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접견을 통해 재판부가 내건 조건 등을 두고 상의를 거쳐 이를 수용할지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보석을 거부할 경우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보증금 납입과 같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보석이 취소되도록 하거나, 재판부 결정에 대해 일반항고를 하는 방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본인이 이끌던 법원 지도부에 반대하는 법관들을 불법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에 불이익을 가한 혐의 등 47개 혐의로 지난 2월 11일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