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집계 이후 주간 단위 최장 기록
중국ㆍ중동 국내 주식 보유액 ‘폭풍 성장’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지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토끼해 첫 날부터 최고점을 경신한 코스피지수의 숨은 공신은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2년 전부터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대형주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19주 연속 순매수 행진

지난 9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2673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9월 첫째 주 이후 19주 연속 순매수 기록이다.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집계한 1998년 이후 주간 단위로는 최장 기간이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14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21조 원)의 절반 이상을 지난해 4분기에 쓸어 담은 것이다.

특히 지난주에는 장 막판 동시호가(오후 2시 50분~3시)로 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동시호가는 매수·매도 주문을 받아 일괄적으로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여러 종목을 동시에 사는 바스켓 거래에 이용된다. 이같이 외국인이 동시호가로 순매수하는 것은 한국 시장 전체를 사들이는 ‘바이 코리아 현상’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매수세 지속, 왜?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상승 등에 따른 한국 증시 매력도가 외국인 자금을 끌어 당겼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사자’ 행진은 올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지난해부터 전체적으로 한국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며 “내부적으로는 국내 경제의 빠른 회복과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상승, 외부적으로는 미국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신흥시장 쪽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몰리면서 매수세가 지속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유경하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감세정책 연장 이후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가 오르면서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과 대만 증시 투자가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기회복에 베팅하는 차원에서 외국인 매수 증시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고공행진은 올 하반기에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1100원 대로 떨어질 경우 코스피지수를 움직이는 힘은 기관 투자자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형주 품귀 현상

국내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편애가 계속되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품귀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과 연기금,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제외한 시가총액 50개 종목의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수준인 32.14%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은 43.4%, 상위 50개 종목은 38.6%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결과 엔에이치엔(NHN)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8년 말에 비해 21.97%p 늘었고, 신세계도 16.40%p 상승했다. 이 같은 대형주 품귀현상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높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국부펀드를 앞세운 중국과 중동 국가들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말 617억 원을 보유했던 중국은 지난해 말 3조 700억 원으로 크게 늘렸으며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도 2조 400억 원에서 12조 9200억 원으로 6배 이상 불어났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쿠웨이트는 각각 4조 원과 3조 원에서 7조 원과 4조 원으로 늘었다. 미국·영국 등 전통 투자국들은 2007년 말 각각 133조 원·37조 원에서, 지난해 말 150조 원·43조 원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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