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훈민정음 해례본의 위기
[이재준 문화칼럼] 훈민정음 해례본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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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대접받는 이는 영국인 출신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다. 무려 그림 한 점 가격이 1천억원을 상회한다. 2018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자화상’이 1020억에 낙찰됐다. 수영장 풍경을 곧잘 그리는 호크니는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 그림을 뛰어 넘는 가격의 고화가 있다. 2015년 고갱(Paul Gauguin, 1848 ~ 1903)이 타이티에서 그린 작품인 ‘언제 시집 갈래’는 3억달러(약 3천억)에 카타르 왕가에서 구매했다고 한다. 

한때는 아름다운 미인과 황금색조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이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초상이 2006년 6월 18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157만불(약 157억)에 낙찰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 가격은 이제 먼 옛날의 전설이 된 셈이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의 가치는 얼마가 될까.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 그림 보험 측정가는 8100억이나 된다. 이러다간 1조원 가치의 골동, 예술품이 곧 등장 할지 모른다. 

몇 년 전 세계 골동시장을 석권한 것은 홍콩, 상해, 베이징 옥션이었다. 중국의 신흥 부호들은 경매장에서 부를 경쟁이나 하듯이 좋은 골동품을 사 언론에 공개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상해 부동산 회사와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50대 재벌 류이치앤((劉益謙)이었다. 명나라 초기인 성화연간(成化年間)에 제작된 작은 채색 잔을 340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 받아 여기에 보이차를 마시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류이치앤은 지금도 홍콩 유명 경매장에서 진귀한 도자기를 사들이고 있다.

영국인이 소장하고 있던 원나라 시기 청화로 그림을 그린 속칭 ‘데이비드 자기(元靑花雲龍紋象耳甁)’가 있다. 1925년 청나라 말기 영국인이 구입해 청나라로 가져간 것인데 지금은 대영제국박물관에 소장되고 있으며 약 1천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는다. 

중국 대만에서 근현대 활동했던 청록산수의 대가였던 장대천 화백의 경우는 500억원을 뛰어넘는 것도 있다. 요즈음 중국 미술계도 불황이지만 장화백의 진품으로 확인되면 즉시 거래가 이뤄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장되고 있는 문화재급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삼국시대 만들어진 국보 미륵보살반가상(국립박물관 소장)의 경우 보험평가액은 500억원이다. 1400년 전에 만들어진 가장 훌륭한 미술품 가격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얼마 전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의 그림이 있는 퇴우이선생진적(退尤二先生眞蹟. 보물 제585호)이 서울의 한 경매장에서 경매가 이뤄졌다. 나중에 알려진 것은 구매자는 삼성 리움박물관이었으며 낙찰 가격은 35억이었다. 가장 비싸다는 고(故) 박수근화백의 작품도 50억원을 넘지 않는다. 문화재나 미술품도 국가의 재력이나 국력을 반영하는 것 같다.

요즈음 훈민정음 해례본 문제로 시끄럽다. 세종때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례를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국보급인 이 전적 현 소장자는 1000억을 달라고 하고 문화재청은 대법원 판결문을 가지고 강제 회수를 단행한다고 한다. 이러다 혹 훈민정음 해례본이 멸실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문화재를 내놓지 않겠다는 소장자의 애국심도 문제지만,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고압적 문화재청의 자세도 문제다. 일본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던 백제금동관음불상을 가격문제로 끝내 회수하지 못하고 결국은 상해박물관에 빼앗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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