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한일관계, 주전(主戰) 아닌 화전(和戰)으로
[시사칼럼] 한일관계, 주전(主戰) 아닌 화전(和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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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한일관계가 어지럽게 휘둘리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부품소재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 길들이기가 시작됐다. 미중무역분쟁에 이어 일본의 이러한 수출통제정책은 한국으로서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타격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한일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이번 사태는 너무도 깊은 양국 간의 역사적 인식 차이와 잠재적 불신이 근본원인이라 여겨지며, 직접적으로는 최근의 한국 대법원에서 내린 강제징용 배상판결의 결과에 대한 양국의 현격한 인식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동안 양국은 경제적 협업과 분업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어 왔다.

오랜 기간 동안 상호신뢰의 협조체제를 무너뜨리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3품목에 대한 수출제한조치는 상당히 치밀한 준비 끝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계속하여 제한품목을 늘리면서 한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에 악영향을 끼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경제 전체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일본의 우방답지 못한 처사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괘심하기 짝이 없으나, 지금은 비상상황인지라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지혜의 총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문제의 대응책을 놓고 우리민족의 고질적 병폐인 국론분열이 심화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감정적으로 일본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듯 정면충돌을 불사하자는 주전론과,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결국은 외교역량을 총집결해 협상을 통해 풀어가자는 화전론이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전자의 주장은 속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므로 이성적 판단으로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후자의 주장 역시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이나 그들의 국제사회, 특히 한국에 대한 끊임없는 비신사적 외교관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실현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문제를 단일 과제로 봐서도 안 되며 특정 안건으로 풀려고 해서도 안 된다.

한일관계는 그 간의 역사 속에서 난마와도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종합적·통섭적·장기적 시각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외교력을 통한 국제사회에서의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하는 동조세력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여론의 일체화가 중요하다. 국민의 통합된 의지야말로 일본의 정책변화를 촉진시키는 동인이 될 것이다. 국론분열로는 일본을 설득할 기반조성도 될 수 없고, 일본의 정책변경을 기대할 수도 없다. 오히려 그들은 지금보다 더욱 강경한 자세로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오늘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국민 소통구조를 확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청와대 5당 대표초청 긴급회동은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는 물론이고 경제·사회단체, 교육·종교단체, 특히 NGO 등 민간단체가 융복합적 역량을 총집결해 국론을 통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힘을 지렛대로 하여 일본과 교섭을 통한 사태의 배경과 원인을 냉정히 진단하고 서로의 명분과 실리를 저울에 달아 보면서 궁극적으로는 양국의 이익을 도모하며 공존공영의 틀을 세우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인과관계를 국제적 표준에 맞춰 진단하면서 향후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신뢰를 쌓는 기회를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작은 전투에 이기기 위해 국력을 쏟아 붓는 우를 범하지 말자. 궁극적으로 전쟁에 이기기 위해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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