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삶을 살아가며 일상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자주 느끼며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 느낌을 잘 살펴보면 겉으로는 양적인 부족이 많아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질적인 부족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삶을 위한 ‘질(質)’과 ‘양(量)’의 적절한 평형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게 주어진 것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이다. 하루에 단 1초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많거나 적게 가진 사람은 없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시간이라는 똑같은 양의 시간이 주어져 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하느냐 하는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생기면 일생의 삶에서 많은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시간의 질적 관리를 위해 그날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길들여보자. 그 기록은 바로 행복의 노트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는 부나 권력 또는 명예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양면성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면에 담긴 질과 양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로또에 1등으로 당첨돼 몇 십억을 받은 사람들 중 별안간 다가온 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첨을 확인한 순간 거액의 당첨금으로 큰 만족을 느낄 수 있겠지만 평소 그렇게 많은 돈을 다루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심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별안간 생긴 양적인 부에 대해 질적인 대응 준비가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돈 때문에 사람이라는 재산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은 ‘돈이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재산이다’라는 말이 있다. 

권력이나 명예의 경우는 어떨까. 권력의 존재 의미의 인식과 실행에서 질적인 내용을 잘 아는 사람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그것은 적절하게 발휘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질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면 권력이 양적으로 과도하게 행사돼 결국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으며, 명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정직한 정부와 참된 시민사회를 갈망하는 것도 이런 질과 양의 법칙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 일상에서의 질과 양의 균형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간직하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교육의 역할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명문대학 인기학과에 양적인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자신의 현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질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행복한 삶을 위한 질과 양의 지표를 생각해 본다. 우선 누구나 평등하게 가지고 있는 시간에서 양적 관점인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현재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미래 시간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자기만의 인생철학을 가져 보자. 다음으로 평소 생활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질과 양의 측면에서 바라다보며 평범한 일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차별화 된 독자성을 추구해 보자. 관심이라는 ‘질’이 기회라는 ‘양’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문제들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기회를 찾는데 관심을 기울여 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어려운 일들은 피하려하고, 무난하고 쉬운 일들의 선택에 쉽게 길들여지곤 한다. 특히 젊은 시절 그 유혹은 더 클 수 있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쉬운 일에 빠져드는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아름다운 삶을 위한 질과 양의 선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우리 삶에서 선택의 질은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까. 질과 양의 평형을 통해 자신의 지배가치를 높이면 삶의 목표가 뚜렷해져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자기 통제력이 높아져 인생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제 자신의 삶에서 양적으로 나타나는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에 담겨있는 질에 집중하는 ‘질’과 ‘양’의 조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심도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