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장흥=전대웅 기자] 김재원 장흥귀족호도박물관 관장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7각 호두를 손에 들고 귀족호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1
[천지일보 장흥=전대웅 기자] 김재원 장흥귀족호도박물관 관장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7각 호두를 손에 들고 귀족호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1

손 운동 호두 ‘천지도래 일장중’

국가대표 6차 산업 호두박물관

호두로 경혈 누르면 효과 좋아

[천지일보 장흥=전대웅 기자] 장흥 귀족호두는 먹을 순 없지만 이름부터 품격이 느껴진다. 한국의 선비들은 나무에 매달린 열매 호두를 우주로 생각했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하고 선비나 스님들 사이에서도 노리갯감으로 널리 사용됐다고 알려졌다. 장흥의 귀족호도와 같은 노리개용 호두를 중국에서는 황실호두라 불렀고 우리나라에서는 왕실호두라 불렀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귀족호두’로 불리고 있다.

◆호두의 명품 귀족호두

호두의 옛말은 호도이다. 부르는 말은 호두지만 한자는 그대로 호도(胡桃)라고 사용하고 있다. 1920년경 호두가 처음 원나라에서 도입됐을 때 오랑캐라고 불리는 나라에서 들어온게 복숭아 씨앗같이 생겼다고 해서 호도(胡桃)라고 명했다. 그러나 귀족호두는 호자를 ‘오랑캐 호’자로 읽지 않고 ‘늙을 호, 장수 호’로 풀이한다. 지구상의 모든 자연의 열매 중 가장 주름이 많아 고태감이 있고 나이 먹은 열매가 복숭아씨 같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안의 명물인 식용호두는 당초 페르시아가 원산이지만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을 경유해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장흥의 귀족호두는 자생 수종인 가래나무와 외래 수종인 식용 호두나무가 300여년 전 청정지역인 장흥에서 자연교배 돼 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두는 식용으로 쓰이는 것 외에 껍질이 두껍거나 주름과 골이 많은 것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손 운동용 호두’라고 하며 일명 후피호두(厚皮胡桃)라고 한다. 후피호두 중 조형이 특별하거나 무늬가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들과 조각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관상하며 소장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는 호두를 명품이라고 한다. 그중 국내에서는 장흥의 귀족호두가 최우수 호두로 인정받고 있다.

김재원 장흥귀족호도박물관장은 “장흥 귀족호두는 나무 외형도 식용호두와 달리 고풍스럽고 우아하며 열매의 모양도 귀족스럽다”며 “부딪치면 맑으면서도 무거운 소리가 나고 주름도 많고 골이 깊어 지압 효과에 최고”라고 자랑했다.

[천지일보 장흥=전대웅 기자] 고풍스러운 7각 모양의 귀족호두. ⓒ천지일보 2019.7.21
[천지일보 장흥=전대웅 기자] 고풍스러운 7각 모양의 귀족호두. ⓒ천지일보 2019.7.21

◆나무에 달린 열매, 우주로 생각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손 운동 문화가 발달해 있다. 특히 중국의 호두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다. 김재원 관장에 따르면 “한나라와 수나라 때부터 당·송나라에 유행해 명·청 나라까지 성행했다고 전해진다”며 “예로부터 지금까지 위로는 황제와 왕후장상, 재자지인으로부터 아래로는 환관과 백성에 이르기까지 한 쌍의 호두를 감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청나라 시대는 호두 감상의 전성기였다.

‘호두를 즐기느라 국사도 잊고, 주유교 황제는 칼(조각도)을 잡네’라는 야사가 민간에 전해질 정도로 명나라 황제 주유교(朱由校)는 호두를 손에 놓지 않을 뿐 아니라 직접 호두에 조각까지 했다. 청나라 건륭(乾隆)황제는 시를 지어 호두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선인은 손 운동용 호두를 유수도라고 불렀다. 손을 부드럽게 하는 신선이 맺힌 나무라는 뜻이다. 어떤 도인은 손 운동 호두를 ‘천지도래 일장중(天地都來 一掌中)’이라 했다. 천지의 기운이 다 내 손 안에 있다는 뜻이다. 호두는 비록 나무에 달리는 열매지만 한국의 선비들은 그 호두를 우주(宇宙)로 생각했다.

◆생산부터 체험까지 6차 산업 대표주자

장흥의 귀족호두가 전국의 명물이 된 데는 김재원 귀족호도박물관장의 역할이 컸다. 김 관장은 지역특산품인 귀족 호두의 세계화와 더 나아가 농업을 문화예술로 접목하고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40대에 공무원직을 그만두고 귀족호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퇴직금과 사재를 처분해 귀족호두 박물관 사업에 매달려 3년만에 오픈했다. 김 관장은 “친인척과 주위 분들은 ‘미친 짓이다, 무모하다’라고 했지만, 농업에서 농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문화예술을 접목해 발전시키고자 꾸준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다”며 “모든 건 내가 선택하고 판단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생각하기에 즐겁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귀족호두박물관은 귀족 호두와 일반 호두·추자·가래, 호두나 무로 만든 가구, 장흥에서 생산한 20여종의 나무들로 만들어진 목각 및 고가구 등이 함께 꾸며진 전시관이다. 부대시설로는 자연쉼터와 교배 제1호 호두나무, 분재 하우스가 있다.

김 관장은 귀족호두박물관을 대한민국 6차 산업의 ‘국가대표급’이라고 표현한다. 이곳은 일차 산업인 생산부터 가공, 체험과 함께 호두로 인해 사람의 마음을 열고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매년 11월 4일은 귀족호두의 날로 전국의 호두 애호가들이 모여들어 품평회와 백일장 등의 행사도 하고 있다.

장흥군 귀족호도박물관 전경.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7.21
장흥군 귀족호도박물관 전경.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7.21

◆‘지압용’으로 건강해지는 귀족호두

학계에 따르면 손을 움직이거나 자극을 주는 것은 대뇌 속에 운동신경 세포를 자극해 대뇌 전체의 활동,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한다. 귀족호두를 굴리는 ‘8비법’은 호두로 손가락이나 그 밖의 근육을 움직여 말초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하는 운동법이다. 8비법은 굴리기, 비비기, 누르기, 찌르기, 움켜쥐기, 문지르기, 끼우기, 회전하기다. 사람 손에는 수많은 경혈이 있다. 이 경혈들을 누르거나 자극을 주면 현저하게 효과가 나타난다. 오른손 손목을 회전시키는 것은 심장병, 저혈압 등 왼손바닥을 마찰함으로 전신피로, 부기, 가슴 뜀, 노이로제 등 치료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호두 굴리기 건강법은 치료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전신 피로회복, 정력의 증강, 치매 및 수전증의 예방 등에도 효과가 있다. 현대는 먹는 것으로 주로 건강을 챙기지만, 손의 다양한 곳을 자극하는 호두로 건강을 챙겨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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