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진상조사팀 현장점검 결과 발표… 최종 보고는 아냐

“펜션업주 반발로 방 청소 허가… 폴리스라인도 설치 無”

압수수색 당시 못 찾은 ‘졸피뎀 약봉지’ 남편이 찾아

CCTV 확인은 문제 無… “당시엔 실종자 수색 주력 옳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에 대한 초반 부실수사 논란이 있는 가운데 현장 보존과 압수수색 등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파악됐다는 경찰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최근 수사국에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실무 차원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일 뿐 최종 보고서가 나온 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팀은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이달 2일부터 제주 동부경찰서 형사과, 여성청소년과, 감식과 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경찰은 펜션 범행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 현장에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펜션 주인의 강력 반발에 경찰은 펜션 내부 청소도 허가했다.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제주=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제주=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내부 정밀 감식과 혈흔 검사를 마친 뒤라곤 하지만 발견하지 못했을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보존에 더 신경 썼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다행인 것은 방 청소로 인해 증거가 사라졌거나 수사에 차질이 빚은 점은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하지만 현장 보존과 관련한 규정이 모호하고 업주의 반발을 차단할 강제 현장보존 수단도 없어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진상조사팀은 고유정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당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경위도 조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하면서 주거지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했다. 이를 통해 피 묻은 칼 등 범행 도구를 확보했지만 졸피뎀 약봉지를 찾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졸피뎀 약봉지는 고유정의 현 남편이 고유정의 파우치에서 찾아 경찰에 건넸다.

압수수색 영장의 적용 범위가 극도로 좁은 점, 수사팀이 주요 범행도구를 확보하고 고유정의 자백까지 받은 만큼 추가적인 수색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되지만 결론적으로 범행 방법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인 졸피뎀 약봉지를 놓쳤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진상조사팀 결론이다.

범행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미확보에 대해선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진상조사팀은 판단했다.

경찰은 전 남편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5월 27일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만 확인하고 그 내용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튿날이 돼서야 경찰은 마을 어귀 방범용 CCTV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고유정 제주서 버린 물체 수색 중(제주=연합뉴스) 28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후 지난달 27일 범행 장소 인근 클린하우스에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고유정 제주서 버린 물체 수색 중(제주=연합뉴스) 28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후 지난달 27일 범행 장소 인근 클린하우스에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곳을 피해선 해당 펜션 출입이 불가능한 점과 이 CCTV는 경찰서 상황실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점 등에 따라 방범용 CCTV가 첫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펜션 인근 CCTV는 신고 3일째인 29일 확인에 들어갔다. 피해자 강씨의 남동생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해당 CCTV에서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경찰이 CCTV를 일찍 확인했다면 시신유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전해졌다. 실종 초기 범죄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CCTV 확인보다 실종자 수색에 주력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제주 경찰은 사건 당시 강씨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기지국 주변 일제 수색을 벌였고, 이는 실종 수사의 기본절차라는 게 진상조사팀 입장이다.

이처럼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아직 최종 단계는 아니다.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적 검토를 끝마친 뒤에 최종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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