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 2018.7.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 2018.7.31

‘방해배제청구권’ 침해상태 계속될 시 청구 가능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지방자치단체에서 30년 전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매립한 땅을 산 사람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는 지자체를 상대로 쓰레기를 제거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자체에 제거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과거 지자체가 쓰레기를 불법매립 했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지났을 시 토지 소유자는 청구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장모씨가 김포시를 상대로 낸 매립물 제거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토지 지하에 매립된 쓰레기는 매립된 후 30년 이상 지났다”며 “그 사이 주변 토양과 뒤섞여 (토양을) 오염시키고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돼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태는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에 불과할 뿐 쓰레기가 현재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매립된 쓰레기를 제거해달라는 권리인 ‘방해배제청구권’은 침해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경우에만 청구를 할 수 있다. 토양과 쓰레기가 뒤섞여 구분이 어려운 경우에는 침해가 이미 종료됐다고 봐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김포시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A씨 소유의 땅에 쓰레기를 불법 매립했다.

2010년 A씨로부터 이 땅을 매입한 장씨는 지하에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을 알게 되자 쓰레기를 제거하거나 쓰레기 제거 비용 1억 5346만원을 손해배상 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과거의 쓰레기 무단매립으로 인해 생긴 결과로서 토지 소유자의 손해에 해당할 뿐”이라며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김포시에 쓰레기 제거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쓰레기 제거 비용을 배상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쓰레기 매립이라는 불법행위가 종료된 지 10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이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쓰레기를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매립한 자는 매립된 쓰레기를 수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사회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한다”며 “따라서 김포시에 쓰레기 제거의무가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방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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