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9시) 프랑스 파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 끝)과 일본 고노다로 외무성 대신(왼쪽 끝)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있다. (제공: 외교부) ⓒ천지일보 2019.5.24
23일 오후 2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9시) 프랑스 파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 끝)과 일본 고노다로 외무성 대신(왼쪽 끝)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있다. (제공: 외교부) ⓒ천지일보 2019.5.24

고노다로 외무상 담화 “韓 대법원 배상판결, 국제법 위반” 주장

靑 “반인도·불법행위 ‘강제징용’이 국제법 위반…악화발언 그만”

외교부 “日 중재위 요구 거부… 일방적·자의적 주장 동의 못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정부는 일본이 19일 담화문을 통해 일본의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불법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일갈등이 극에 이르는 모습이다.

앞서 이날 외교부는 일본 고노다로 외무상의 담화문에 대해 반박하며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이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면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노 외무상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린 담화에서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한일 청구권협정’을 맺었고 제2조에는 양국과 양국 국민(법인 포함)의 재산, 권리와 이익, 청구권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가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한국에 제공된 경제협력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외교부는 한국 정부 입장을 통해 “정부는 우리 사법 판결과 절차, 청구권 협정상 분쟁해결 절차에 관한 일본 정부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된 요구에 구속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노 외무상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청구권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한국 측에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협의 요청, 중재위원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법 위반 상태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재차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고노 외무상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부친 고노 전 관방장관은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사과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고노 전 관방장관이 한일 갈등을 완화시켰다면 그 아들인 고노 외무상은 한일 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다.

이날 고노 외무상은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가 요구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제3국 중재위’ 설치를 수용할 것을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남 대사가 한국 정부가 제안하는 ‘한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방식’의 설명의 말을 끊고 자신들의 주장을 반복한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천지일보DB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천지일보DB

◆정부 “日 강제징용이 국제법 위반… 보복조치 거둬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근본적으로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통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바로 일본”이라며 “이런 점은 우리 대법원 판결이 지적한 것”이라고 고노 담화에 반박했다.

김 차장은 고노 외무상이 남 대사를 초치하고 제3국 중재위 설치를 요구하며 답변시한(18일) 내에 한국이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일본 측의 계속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처럼 꼬집었다.

이어 김 차장은 “일본은 청구권 협정상 중재를 통한 문제해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일본이 설정한 자의적, 일방적 시한에 동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두 국가가 중재를 통해 분쟁 해결을 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일부승소 일부패소 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힘들고 장기간 중재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 국민간 적대감이 커져 미래지향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외교적 해결을 통해 양국 국민과 피해자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또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당초 과거사 문제로 인한 신뢰 저해를 언급했다가 이후 수출관리상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했고 오늘 또 다시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하며 혼란을 주고 있다”면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외교부는 고노 외무상의 담화에 대해 “정부는 이미 제시한 대법원 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해결 방안을 포함해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일본이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 등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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