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커피 두 잔 - 한택수
[마음이 머무는 시] 커피 두 잔 - 한택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 두 잔

한택수(1950 ~  )

커피 두 잔
마셨다.
오늘은 시를 많이 생각했다.

아무도 읽지 않을
쓰다 만 자서전 같은
시,
또는
알밤 몇 개.

가을 하늘 저 깊이
잠시 들리다 말
내 북소리,
오늘은 자꾸 두들겨 보았다.


[시평]

오늘 우리나라는 수많은 시인들이 산다. 어느 아파트를 향해 시인들 나오시오 하고 확성기를 대고 소리치면, 한 집 걸러 사람들이라고 삐죽이 머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 만큼 오늘 우리나라는 시인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시인들이 살고 또 활동을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쓰는 이 시들을 과연 누가 읽는가 생각해 보면, 스스로 아득해진다. 독자들은 고사하고 시인들조차도 잘 읽지 않는 것이 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내가 쓰고 있는 이 시는 아마도 아무도 읽지 않을, 쓰다 만 자서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가을 하늘 저 깊이, 잠시 들리다 말, 내 북소리 같은 자신의 시를 자꾸 두들겨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피 두 잔 거푸 마시면서 많이, 많이 시를, 시의, 시에 관하여 생각해 보는, 어느 아침의, 아프고도 또 슬픈 시인의 자화상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