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바둑의 고수들은 복기復棋라는 것을 한다. 복기란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말한다. 전문기사들은 대국이 끝나면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복기를 통해서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는데 우리처럼 초보의 입장에서 보면 그 복잡한 바둑판을 재현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꼭 프로가 아니더라도 아마단 이상 정도면 100수 언저리까지는 복기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대국에서는 평균 400수 정도를 놓게 되는데 그것을 완벽하게 복기하는 것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복기가 가능한 것은 한 수, 한 수 심혈을 기울여서 정말 이 자리밖에 놓을 자리가 없다는 느낌을 찾아서 놓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리 프로기사라도 성의 없이 대충 놓은 바둑은 복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둑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우리도 한번 뿐인 삶을 살면서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증자는 논어/학이 편에서 매일 성찰하는 삶을 살기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일일삼성一日三省하기를 권유했다.

“나는 날마다 여러 번 내 자신을 반성한다. 남을 위해 도모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였는가? 친구들과의 교류를 잘 하였는가? 배운 것을 잘 익혔는가?”

어떤 책에서는 일일삼성에 대해서 단순히 ‘세 가지 일을 반성한다’로 풀이했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한번 뿐인 삶을 복기를 통해서 잘 하는 부분을 더욱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못하는 부분을 반성해서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훨씬 질이 높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가까운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데 ‘초보운전’을 붙인 운전자가 끼어들기를 못해서 쩔쩔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그 바로 뒤쪽에서 뒷차들을 막아주고 끼어들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초보운전이라서 그런지 눈치를 채지 못해 결국 끼어들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나는 지인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한 느낌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잠자리에 누워서 그 장면을 떠올려보니 다시 미소가 지어지고 다시 행복감이 밀려왔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프로기사들이 복기를 통해서 바둑의 실력을 키워가듯이 우리도 생활의 복기復棋를 통해서 좀 더 나은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위에서 일일삼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생활복기는 꼭 잠자리에 누워서 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럴 수 있다면 바로, 그리고 그날 저녁 그리고 며칠 후, 세 번 정도하면 좋을 듯하다.

필자의 경우, 매번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식사를 대접받았거나 할 때, 바로, 그리고 그날 저녁이나 다음 날,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떠올려 감사의 인사를 한다. 물론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복기했을 때 안 좋았던 일도 잘 생각해보고 사과할 일이 있다면 바로 사과를 하고 부족하면 한 번 더 사과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되풀이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느껴질 때 진정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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