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에 위치한 죽산보 관리사무소 문화관(3층)에서 바라본 죽산보 공원 모습. ⓒ천지일보 2019.7.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에 위치한 죽산보 관리사무소 문화관(3층)에서 바라본 죽산보 공원 모습. ⓒ천지일보 2019.7.17

죽산보 존치 여부 올해 결정

죽산보 캠핑장 이달 내 준공
관광 효과 대다수 ‘부정적’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환경부·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죽산보 해체 여부를 논의, 올해 안에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달 내 준공을 앞둔 죽산보 오토 캠핑장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죽산보 캠핑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추진한 죽산보 공원 및 인근 유휴 부지를 활용한 캠핑장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영산강 체험 관광 상품을 확충하고, 영산강의 수려한 경관 및 나주영상테마파크, 황포돛배, 영산강변도로(10월 개통 예정) 등 관광자원을 연계한 관광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혁신도시, 원도심, 영산포 근대문화관 등을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추진됐다.

죽산보 캠핑장은 영산강 친수사업의 일환으로 죽산보 죽산리 일원에 어린이 물놀이터 및 캠핑장 41면(1만 2329㎡)으로 조성됐다.

나주시는 해당 사업을 위해 지난 2013년 재정투융자사업 심사를 완료하고 2016년엔 관광 개발사업 신규예산을 확보해 국비 18억원, 시비 2억원 등 총 20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 오는 20일 준공 및 내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죽산보 존치 여부를 적극적으로 논의 중인 가운데 향후 죽산보 해체 시 해당 사업은 유명무실해지거나,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는 낮을 것이란 지역 분위기다.

앞서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죽산보를 수질과 생태 개선, 유지·관리 비용의 절감 등으로 인한 편익이 보 해체 시의 제반 비용을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죽산보 해체 결정을 발표한 후 나주지역에서는 수개월째 죽산보 철거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죽산보 철거 반대 여부와 관계없이 죽산보 캠핑장에 대해선 양측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이달 내 준공을 앞둔 죽산보 오토캠핑장 물놀이터. ⓒ천지일보 2019.7.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이달 내 준공을 앞둔 죽산보 오토캠핑장 물놀이터. ⓒ천지일보 2019.7.17

◆반대 측 ‘캠핑장 조성 명분 상실’

최근 인근 지역민을 중심으로 모인 죽산보철거반대추진위원회(위원장 김태근)는 지역 경제, 가뭄 해결에 도움을 줬던 죽산보 해체 시 생존권 확보를 위해 강력한 투쟁도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또 나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13인도 공동발의문 채택·발표 등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신정훈 나주·화순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손금주 나주·화순 국회의원도 ‘지역민의 동의, 정부의 대책 마련 없이는 죽산보 철거를 반대한다’는 입장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나주시청 앞에서 죽산보 철거 반대 궐기대회를 진행한 김태근 죽산보철거반대추진위원장은 17일 통화에서 “나주의 발전과 관광을 위해 죽산보를 만들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는 주민들 의견을 경청도 하지 않고 철거한다고 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죽산보 공원에 죽산보 없이 캠핑장만 운영한다면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 정부의 대표적인 엇박자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나주시의원 A씨는 “죽산보 국책사업으로 캠핑장 사업도 난감해진 상황이다. 일단 죽산보를 철거하더라도 실제 철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캠핑장의 향후 예측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상당한 시비가 소요된 만큼 죽산보 존치 여부를 떠나 일단은 캠핑장을 잘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측 ‘당초에 과잉 기대 사업’

영산강 살리기네트워크, 나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환경단체는 죽산보 수질 개선을 통한 영산강 회복을 위해 죽산보 해체 결정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캠핑장 사업에 대해선 ‘당초에 과잉 기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만실 나주시지속가능발전협회장은 죽산보 캠핑장 조성에 대해 “죽산보가 존치하든 해체하든 거기에 캠핑장을 조성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죽산보에 관광객이 없었는데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친수 조건 등이 미흡한 곳에 오토캠핑장을 조성한 것 자체가 과잉 기대였던 사업”이라며 “향후 존치 여부를 떠나 그곳이 활성화될지, 쓰레기장으로 전락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정민(가명, 나주시)씨도 “미래를 다 알 수 없지만, 이런 사업 계획을 할 때 충분히 타당성을 계산하고 해야 했다”라며 “너무 크게 멀리 보지 말고, 나주시는 사업 하나를 하더라도 여러 부서와 협업·논의하고, 주민들의 의견 등을 경청해서 신중히 사업을 진행해 더 이상 예산 낭비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의 영산강에 설치된 죽산보 모습. ⓒ천지일보 2019.7.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의 영산강에 설치된 죽산보 모습. ⓒ천지일보 2019.7.17

◆죽산보 ‘가동보·수문’有

한편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에 위치한 죽산보는 정부가 10년 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추진한 184m의 친환경 가동보로 4.5㎞의 옛 강을 복원, 수변 생태공원, 소수력발전소, 죽산보관리소(문화관), 자전거길이 있다.

죽산보는 특히 당시 4대강 사업을 통해 탄생한 전국 16개 보 중 유일하게 유람선이 드나들 수 있는 수문이 만들어진 점이 특징이다.

죽산보의 탄생으로 뱃길이 열리면서 목포에서 죽산보를 거쳐 영산포, 승촌보까지 유람선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영산포 선착장에서 황포돛배를 운항 중이며, 죽산보 공원은 평일엔 이용객이 적지만 주말엔 수백 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기자가 만난 주민들과 이용객은 대부분 “죽산보는 가뭄, 농사시기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가동보이고, 예전보다 이곳은 상황이 좋아졌다”며 “죽산보도 이대로 두고 죽산보 캠핑장이 준공된 만큼 죽산보 공원에 편의시설(편의점 등)을 더욱 확충해 관광단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휘(가명, 60대)씨는 “함평에서 자전거를 타고 자주 이곳에 와서 쉰다”며 “죽산보 공원이면 죽산보가 랜드마크(상징)인데 없어지면 죽산보 관리소(문화관)존치 여부도 알 수 없는데, 캠핑장 하나 있다고 해서 이 먼 곳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지 글쎄요”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17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죽산보 공원에서 한 관광객이 죽산보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7
17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죽산보 공원에서 한 관광객이 죽산보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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