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는 누가 봐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다. 하지만 전범국가임을 의식한 탓인지 일본은 ‘보복조치가 아니다’며 딴청을 부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대항조치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 보복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일본 언론과 정치권도 이번 수출 규제가 ‘보복’이라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만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무관한 일’이라며 본질을 흐리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일본 정부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증명이라도 해주듯 18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의 자산을 매각해 피해가 발생하면 보복 조치를 취할 방침임을 밝혔다. “만에 하나 일본 기업에 피해가 미치는 일이 있으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고노 외무상의 발언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 결과에 따른 것임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이런 으름장에 한 방을 먹이고 싶어도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이다. 전범 국가로 우리 민족에게 36년간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우리 경제를 쥐고 흔들려는 오만방자한 일본이 한 없이 밉지만 감정적으로만 대항해선 실익이 없다. 화난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고, 정부도 화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경제인들은 더 마음을 졸이고 있다. 밉든 곱든 이웃과 함께 가지 않으면 서로가 피해보는 것이 지구촌의 현실이다.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보복조치에 모처럼 우리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국민의 자존심도 지켜낼 묘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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