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 명동이 꼽혔다고 한다. 20~30대 젊은이들에게는 쇼핑과 먹을거리가 관광의 우선 목적이 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들이 경복궁이나 창덕궁, 인사동과 같은 역사성이 짙은 궁궐이나 전통문화의 거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문화재 지키기, 전통문화거리 만들기, 전통문화체험 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경복궁이나 인사동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한류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역사나 세계문화유산,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자연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 물론 이런 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려 우리는 이러한 현상 속에서 직시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리들 스스로가 역사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자국의 역사에 대해 자국민 스스로가 무지하다면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할 것인가.

가슴 아픈 말이지만,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무심하리만큼 무지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껏 우리가 교과 과정을 통해 배운 역사는 반쪽짜리 역사에 불과했고, 그나마 그 반쪽짜리 역사도 잘못 기술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우리네 상고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고 그렇다보니 동북공정이다 뭐다 해서 자꾸만 우리의 역사를 빼앗으려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역사에 관련된 문제만이 아니다. 작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 사건들 중에는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일들이 많았다. 특히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한민국 4대 국새가 사기임이 드러난 것은 관계자들의 거짓됨과 무지, 안일함 등으로 국민들을 두 번 분노케 한 일이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광화문 현판 균열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보더라도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가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집 주인이 집안 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손님을 맞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면 우리가 먼저 대한민국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