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때려놓고는 “이제 우리 말로 합시다”라고 말하기. 짓궂은 아이들이 종종 벌이는 장난이다. 가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북한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의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은 전격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매 맞은 쪽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지난해 연평도 사건 이후 매일같이 위협을 가하던 북한은 지난 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발표하면서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게 뻔뻔하기 그지없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킨 후에도 남북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꺼내 들며 대화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다가 돌연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이는 북한이 필요에 따라 평화를 외칠 뿐이지 진정성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지금과 같이 무조건적인 대화를 요구하다가도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도 북한의 제안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6자회담을 검토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북한의 제안이 진지하다는 점을 먼저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진정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사과는커녕 남북 긴장 상황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남한의 여론 분열을 획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멀쩡한 사람을 때렸으면 먼저 사과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북한이 상식 수준에서 행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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