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노골적인 인종차별 공격을 당한 민주당 여성 초선 하원의원 4인방인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아이아나 프레슬리(왼쪽부터)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노골적인 인종차별 공격을 당한 민주당 여성 초선 하원의원 4인방인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아이아나 프레슬리(왼쪽부터)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인 인종차별 공격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세계 각지의 이민자를 수용해 ‘멜팅팟(Melting Pot, 용광로)’라는 별칭을 얻은 미국의 근본 원칙을 뒤흔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적반하장으로 되레 사과를 요구하면서 파문의 확산을 지지자 결집에 이용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전 “급진적 좌파 여성 하원의원들은 언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인, 그리고 대통령실에 사과하려는가. 그들이 사용한 더러운 언어와 끔찍한 말들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도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불평뿐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애기는,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당사자들과 민주당이 반격에 나서자 백인 지지층 결집을 노리며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해 “이들은 정부가 완전히 재앙이고 최악이고 가장 부패했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다.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며 인종차별적 트윗을 올렸다. 이들 4명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의원이다.

발언 후 민주당에서는 비난이 빗발쳤으며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하원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면서 공화당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정책에 집중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하면서도 4인방을 겨냥해 “공산주의자들이며 반유대적”이라고 맹비난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대를 걸쳐 자랑스럽게 여겨온 ‘멜팅팟’ 원칙에 직접적으로 반하며 운영되는 미국을 창조하고 싶은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반(反)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영국과 캐나다 등 세계 지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비난에 나섰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차기 총리를 노리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은 보수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다인종 국가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인종차별주의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그건 캐나다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을 겨냥했다.

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정작 트위터는 문제의 트윗이 자사의 콘텐츠 정책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최근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 등 지도자들이 규정을 위반한 트윗을 올리면 이 트윗을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되 표지(label)를 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WP는 소셜미디어상 혐오 발언이나 괴롭힘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트위터가 새 정책의 시험대에서 실패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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