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의 현 소유자 배익기씨가 15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JTBC 방송 캡쳐)
훈민정음 상주본의 현 소유자 배익기씨가 15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JTBC 방송 캡쳐)

대법 “훈민정음 상주본, 국가 소유”

소장자 배익기 “1000억원은 줘야”

네티즌 “행적 교과서 담아야” 비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훈민정음 상주본을 갖고 있다는 배익기(56)씨가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하지만 배씨는 여전히 상주본의 행방을 숨긴 채 1000억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일 15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시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배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배씨는 2008년 7월 집수리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공개한 바 있다. 예의(例義), 해례(解例), 정인지 서문 가운데 일부가 없어졌지만 상태가 양호했고 간송본에는 없는 표기와 소리 등에 관한 연구자 주석이 있어 학술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상주본이 1조원 가치가 있다’고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조용훈(2012년 사망)씨는 배씨가 책을 훔쳐갔다며 ‘물품 인도 청구소송’을 내고 형사 고소까지 했다. 이후 대법원이 2011년 6월 조씨의 손을 들어줬고, 조씨는 사망 전 상주본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결국 배씨는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불복한 배씨는 항소했고 1년여 감옥에 있다가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조씨의 기증으로 법적 소유권자는 국가로 넘어가자 문화재청은 2017년 “상주본을 인도하지 않으면 반환소송과 함께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절도 혐의를 씌워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상주본을 빼앗으려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1·2심은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로써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배씨로부터 되찾을 법적 근거를 갖췄다. 하지만 배씨가 상주본의 위치를 함구하고 있어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훈민정음 상주본. (제공: 배익기씨)
훈민정음 상주본. (제공: 배익기씨)

대법 판결이 나온 뒤 배씨는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상주본이 잘 있냐”는 질문에 “지금 민감한 사안이 돼서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까진 상주본의 행방을 끝까지 감출 것으로 보인다.

배씨는 지난 2015년 3월 관리 미숙으로 자택에서 화재가 발생, 상주본 일부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배씨가 공개한 상주본 모습은 일부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

그는 “불이 나고 그러니 서로 파국이 일어나겠다 싶어 양보안을 냈다”며 “문화재청이 최소한 1조원 이상이 간다고 하니 나는 10분의 1만큼이라도 주면 더 따지지 않고 끝내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즉 국가에서 1000억원을 줘야 상주본을 내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배씨는 “10분의 1정도도 쳐주지 않으면 완전히 억울하게 뺏긴 것”이라며 “타당한 상황이 있어 더 주고 싶으면 더 줘도 관계없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심이라든가 문화재청에 대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한 게 아니다. 청구에 대해서만 패소한 것일 뿐이지 구체적으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냈다든가 재심을 한다든가 이런 건 아직 취하지 않았다”며 “국가에 대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TN과의 인터뷰에서도 배씨는 “주운 돈도 5분의 1은 주니까 나한테 10분의 1은 줘야한다”며 “멀쩡한 내 것을 소유권을 뺏긴 것만 해도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대중은 국가가 절대로 협상에 임해선 안 된다며 배씨를 비난하고 있다.

네티즌 ywco****은 “1000억원에서 더 줘도 좋다고 하는 것 보고 기가 막혀서 웃었다”며 “완전히 돈에 미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 rhqn****은 “훈민정음 상주본이 ‘배씨에 의해 소실됐다’고 교과서에 담아야 한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