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여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 산업 피해·경제 악화 우려
추경예산 증액, 세제 지원책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어 한국을 결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에 피해가 전산업으로 확산할 것과 세계경제 악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 협의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호 국가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각의 결정 후 공포하고, 그로부터 21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8월 20일 전후로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게 된다.

현재 일본이 백색국가로 지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두 27개국이다. 일본이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출규제가 거의 전 산업에서 걸쳐 강화되게 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정부는 더 광범위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1100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영향을 분석, 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전략물자관리원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일본 수출통제 목록’을 분석한 결과 비(非) 백색국가가 될 경우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항법 장치 등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정부는 대일의존도가 큰 소재부품 개발사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일본의 추가 보복 등 장기전에 대비해 ‘상응 조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직접적인 상응 조치로는 주요 품목의 대일 수출을 제한하거나 일본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국의 백색 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되갚기식’ 보복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의 백색 국가에는 일본을 포함해 29개국이 들어 있다.

다만 정부는 맞대응이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전히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일본이 수입 규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는 데 최우선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미 외교전, 일본을 상대로 한 양자 협의, 제3자를 통한 진실규명 제안 등 외교적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예산·세제·행정절차 최소화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예산을 최대 3천억원 증액하기로 하고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 목록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지원 사업 목록과 증액 규모가 최종 확정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이를 제출하고 야당을 적극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주요 소재·부품·장비의 상용화 지원,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예산을 취합하고 있다.

기재부는 또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책도 준비 중이다. 일본의 규제 대상에 오른 3대 품목 중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추가 규제 품목들도 업계 건의가 있으면 적극 검토해 세액공제를 해줄 방침이다. 시스템 반도체 제조·설계 기술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비용 세액공제는 대기업 20~30%, 중견기업 20~40%, 중소기업 30~40% 등 최고 수준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아울러 정부는 소재부품 개발사업과 관련한 인허가가 필요할 경우 행정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 투입에 앞서 진행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생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초 산업부와 과기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부품·장비 개발에 우선 예산사업으로 약 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반도체 소재 1조원 투입을 제외하고 나머지 5조원 상당의 일반 소재·부품·장비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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