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쯤 됐던 유년 시절에는 읽을 책이 귀했던 때인데도 어렵사리 영웅전이나 위인전을 접하고 그 위대함에 감복해 눈물을 흘리며 나도 다음에 자라서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꿈을 꾸며 실없는 일이나마 증진하며 스스로를 다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꼭 고전뿐만 아니라 시사성 있는 성격의 잡지나 신문을 간간히 접하면서 세계경영을 그리며, 그 보잘 것 없는 정보의 축적이 인격의 성숙함을 이끄는 성장판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정보접근환경이 척박했던 그 시절에도 화려한(?) 미래를 위해 일로매진했던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확신이 희망으로 승화해 육신은 배고프나 정신은 훨훨 하늘을 나는 듯 신나는 유년시절이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혼돈과 와중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 무슨 말인지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최근의 한국의 내외정세가 심상치 않다. 언제부터인지 사회 전 분야에서 갈등과 분열, 반목과 불신이 도를 넘어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서로 방문을 꼭 닫고 불통의 생활을 하듯 공동체의 공간이 건조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인간성상실의 폐쇄적 사회분위기는 이웃 간의 작은 마을공동체의 삶 속에서도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웃사촌은 고사하고 멀고 먼 남남 간이다. 작은 곳에서부터 인간성의 회복과 공동체정신의 함양을 위한 국민대계몽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은 단위의 구성체에서부터 따뜻한 인간성 회복과 넘치는 인권의 보호,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의 공유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소통과 통합‧화합과 화목이 없이 국가통합‧국민통합, 더 나아가 인류공존공영의 틀에 동참하거나 이를 선도하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내 상황을 보면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노력보다, 궤변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전투구식 쟁투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을 둘러 싼 국제사회 또한 가관이다. 우방도 맹방도 없고 아군도 적군도 없는 피아구분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국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한국의 국가적 존재감은 희미한데, 자국이익은 물론이고 천애절벽 앞에서도 국론분열 속에서 각 자의 망중한을 즐기는 무사안일의 모습이다. 국가 간의 오월동주는 고사하고 국가존망의 태풍 앞에서 국내적으로라도 뭉치고 뭉쳐서 대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각자의 편의 이익만을 위해 사선공후‧멸공봉사의 청개구리식 정쟁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도 안보도 교육도 노동도 문화도 다 무너지면 국가존립이 가능할까? 도덕도 법치도 역사도 다 무너진 폐허더미에서 내편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편안할 때의 논쟁이다.

지금은 전시상황이다. 글로벌 시대에 독불장군의 유아독존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협상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외적 협상력의 힘의 근원은 전 국민의 강력한 통합의 힘이다. 21세기형 김춘추‧서희‧광해군의 외교역량을 모으자! 21세기 세종과 이순신의 지도자적 리더십을 세우자! 도산 안창호의 대공주의로 국민대통합의 길을 닦자! 김수환 추기경‧한경직 목사‧성철스님께 오늘의 난국극복을 위한 지혜의 길을 묻자!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의 조국을 책임질 청년들을 세계경영의 지도자로 키워서 세우자! 지금은 누란의 위기상황이다. 국민의 도덕재무장과 대통합‧대타협으로 주변 4강과 북한, 그리고 세계적 흐름을 명찰하는 독수리의 날개 짓, 매의 눈으로 세계를 응시하자.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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