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독일, 일본, 미국 등은 정치 파업이 흘러간 노래 가락으로 되었으나, 국내 민주노총은 1995년 정치파업정신을 온존시키고 있다. 민주노총 창립선언문에 ‘제민주세력과 연대하여 정치 세력화를 실천한다’라고 했다. 각 분야의 디지털(digital)화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도 과거를 답습한다. 정치파업은 뒤로 하고, 노동을 통한 개인의 만족과 행복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2〜3일 국회정문 앞에서 「노동법 개악」저지집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간부는 경찰의 차단벽을 뚫고 국회 경내까지 행진했다. 

폭력적 구성원들은 MBN, TV 조선기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집회는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과 노동자 간의 갈등이 상설화됐다. ‘촛불혁명’이 민주노총의 힘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으니, 그들은 당연히 청구서를 내민다. 이젠 무상급식 조리사와 톨게이트 요금수납 등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도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까지 가서 투쟁을 시도했다. 

그들은 문재인 청와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0’로 만들겠다”라고 공약을 했으니, 당연히 그 성과를 바란다. 민주노총에 오래 전에 가입한 회사들은 정치 파업 덕분에 연봉이 높이 올라가 있다. 국내 5개 자동차 업체의 평균 연봉은 8915만원이다. 구성원도 65만명에서 100만 명으로 불어났다.  

통계청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연간임금 6278만원, 중소기업 정규직 3323만원이다. 강성 민주노총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생산성과 관계없이 임금이 계속 올라간다.      

윤희숙 KDI 교수는 작년 “성장률 2% 경제에서 최저임금은 16.8%가 올라갔다. 또한 우리나라 2008년 28조원이던 급여 지출이 불과 10년 만에 70조원에 달하고 증가율은 OECD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라고 했다. 더욱이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면서 공공부문이 팽창일로에 있다. 이 정책에 따라 피해를 보는 쪽은 중소기업 당사자이다. 정치가 득세하는 곳에는 하부구조가 위약하게 마련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전국 33개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38%가 해외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근로시간 단축제로 중소기업의 경영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그 안을 들여다봐도 공장 노동자가 586세대로 늙어가고 있다. 현대차 울산 공장 근로자는 3만 5000명인데, 그 절반인 1만 7500명이 2025년에 정년(만 60세)을 맞는다. 현대차는 강성 노조 탓에 신규 채용을 거의 포기한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편성 효율은 55%(10명이 할 일을 20명이 한다는 의미)에 불과한데 현대차 해외 공장의 편성 효율은 90%에 달한다. 

그 사이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조(주물)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도금), 열처리 등 6개 뿌리기술 근본이 흔들린다. 조선, 자동차 등 산업에 부품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율은 일부 공정이 0%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감광제 리지스트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그 중 에칭가스(불화수소)는 우라늄 농축, 화학무기 제조 소재로 쓰인다. 그 순도가 99.999%라고 한다. 민주노총의 정치 투쟁 정신으로 절대로 이런 정교한 소재를 만들 수가 없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 뱅크 회장은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했다. 디지털 세계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2진법으로 바꾼다. 감정, 정서, 정치적 투쟁 정신은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없다. 들뜬 정신으로 순도 99.999%의 제품 생산은 불가능하다. 일본인은 정교하고, 차분하고, 분석적이다. 사회의 하부구조가 그만큼 단단하다. 물론 일본만 그런 게 아니다. 요즘 잘 나가는 SK 염경업 야구감독은 선수의「데이터의 시각화」를 시도한다. 그는 “타구가 떨어지는 곳, 투수가 던진 공이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위치, 타자가 공을 베트로 맞히는 지점 등을 철저히 분석한다. 거친 정치 투쟁의 시기는 지나가고 개인 삶의 행복을 찾는 시기가 온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