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일본정부가 대한민국 최대의 수출품목인 반도체 산업 생산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조치로, 제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몇 가지 소재의 수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겉으로는 물품수출 심사 강화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출 지연 및 금지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인 것은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고, 우리도 알고 있는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수출 제한 품목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로 ‘레지스트’와 ‘에칭 가스’ 그리고 OLED TV로 흔히 선전을 통해 알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일본 수상 아베는 이에 더하여 한국이 특별한 신뢰 조치가 없을 경우, 추가로 핵심부품 혹은 소재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불화수소’를 의미하는 에칭가스(etching gas)는 우리가 흔히 살균제로 사용하고 있는 ‘불소’라고 알고 있는 플루오린과 수소의 화합물(HF)이다.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사용되는 소재인데 금이나 백금을 제외한 금속 대부분을 녹이는 부식성이 매우 강한 소재로 실리콘웨이퍼 불순물 제거에 사용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는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반도체 제조 공정 중, 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매우 얇고 평탄한 판인 웨이퍼위에 빛을 쏘여 양성, 음성을 분리하면서 설계도면대로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공정(혹은 포토공정)에 사용되고 있다. 매우 정밀하게 설계된 반도체 회로도 그대로 웨이퍼에 빛을 쪼여, 설계회로대로 재료가 적정하게 배열되도록 그리는 작업으로 소재의 순도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luorine polyimide)는 미국 NASA에서 처음 개발된 소재로, 수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이며, 불소처리를 통해 열과 충격에 강한 특성을 가지며, 폴더블 스마트폰 화면을 보호하는 커버 윈도우로 사용되고 있다.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어 이러한 독점성을 이용한 경제분야 공격을 통해, 일본 징용자 개인 배상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궁극적으로 7월 말 참의원 선거에 승리하여 군국주의로의 복귀를 명시하는 헌법 개정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 아베 등 일본 극우파들의 속내인 것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에서도 공감하는 분석이다. 

IT산업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 나라의 경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마치 고리처럼 전 세계 경제에 연결되어 파급되는 생산효과가 있다는 것을 치밀한 일본이 모를 리가 없을 테지만, 전쟁헌법 개정을 통해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는 일본 극우파들에게 이런 일방적, 공격적 방식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危機)라는 것이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금의 위험을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가 정부는 물론 국민들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대 다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1차적으로 첨단 소재 공급을 한 국가, 혹은 특정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던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업방식이 전면 개편되어야 하고, 소재기술 육성 및 기술 보유 중소기업을 지원하여야 하며, 국가적으로는 다시 한번 기초과학 분야 인재 양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등 장기적 대안 마련이 중요하다. 

필자는 올 초 ‘전지(battery)’라는 칼럼에서 전지의 원리 및 2차전지 소요와 경제적 효과를 언급하였으며, 동시에 기초과학 학문의 육성, 특히 화학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무려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이 중 화학분야에서만도 7명이나 수상하였다. 단 한 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비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노벨상 자체가 전 세계 과학자 중 해당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된다는 점에서, 그 만큼 해당 국가의 연구 성과 및 기반, 학문의 깊이가 대단하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간교한 근성의 일본인이지만 그들의 기초학문 중시 전통과 연구풍토와는 크게 대조적으로, 기초과학 영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과학고, 영재고 등이 의대 입시전문기관으로 전락한 작금의 우리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의 뼈저린 의식전환이 필요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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