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놓고 경찰·정관계 전방위 로비의혹
"경찰 죽이기" 의심의 시선도

(서울=연합뉴스) 검찰이 수사하는 '함바집 비리' 사건이 2005∼200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의 전방위 로비사건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상림 사건은 군과 검찰, 법원, 경찰에 구축한 마당발 인맥을 바탕으로 브로커 활동을 한 윤상림씨가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사기, 공갈, 알선수재, 뇌물공여, 변호사법 위반 등 백화점식으로 범행한 것이다. 윤씨는 재판에서 징역 8년에 추징금 12억3천93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함바집 운영업자 겸 알선 브로커 유모(65.구속기소)씨는 검찰수사가 진행될수록 윤씨와 비슷한 행적을 남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씨는 건설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낸 뒤 자신이 거느린 2차 브로커들에게 이를 팔고, 이들 2차 브로커는 실제 함바집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다시 파는 형태로 사업을 해왔다.

유씨는 경찰, 정치인, 공기업 임원 등 직역을 가리지 않고 인맥을 쌓았으며, 이를 이용해 함바집 운영권을 따거나 알선ㆍ인사 청탁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 일부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유씨의 로비 행태를 보면 여러모로 5년여전 윤상림 게이트를 다시 떠올리게 할 만하다.

◇마당발 유씨 누구에게 발 뻗쳤나 = 검찰이 유씨를 수사 대상으로 주목한 것은 지난해 10월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브로커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데서 비롯됐다.

검찰은 유씨가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려고 건설사 대표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 등)를 잡고 조사해 그를 구속한 데 이어 돈을 받은 건설사로 수사 방향을 돌려 한화건설 이근포(60) 대표이사를 지난달 11일 구속했다.

수사는 운영권만 확보하면 장기간 독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함바집을 두고 거액의 뒷돈이 오가는 건설업계의 병폐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모아지는 듯 했지만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의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여기에 유씨가 김병철 울산경찰청장과 양성철 광주경찰청장을 포함한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 10여명에게도 청탁이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검찰은 유씨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 이 돈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으며, 공기업 임원과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에게 로비를 벌인 의혹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檢수사 의도에 경찰선 의혹의 눈초리 = 현재까지 드러난 유씨의 전방위 로비 행각은 경찰 수뇌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육상과 해상의 치안을 책임졌던 전직 경찰수장 2명이 온갖 비리 의혹의 중심에 놓이면서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찰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방해하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불과 4개월 전까지 치안총수를 지낸 강 전 청장 등을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하면서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경찰이 수사권에서 검찰로부터 독립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라는 게 경찰 일각의 시각이다.

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경찰 고위직과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 유씨를 수사 대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경찰 죽이기'를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경찰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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