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창원시장(가운데)이 매주 수요일을 반바지 입는날로 정하고, 첫날인 지난 3일 반바지 차림으로 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제공: 창원시)ⓒ천지일보 2019.7.12
허성무 창원시장(가운데)이 매주 수요일을 반바지 입는날로 정하고, 첫날인 지난 3일 반바지 차림으로 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제공: 창원시)ⓒ천지일보 2019.7.12

유행처럼 번지는 지자체장 반바지 차림
허성무 창원시장도 수요일마다 반바지
“창원경제나 살리지 행정 퍼포먼스다”
경남도 “반바지 입으라는 것, 규제다”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반바지를 입어도 된다고 해야지 ‘어떤 날’을 정해서 반바지를 입어라 하는 것은 강제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행위는 (반바지) 입기가 불편한 사람에게 마음의 고통을 주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서울·수원·경기·창원)들이 유행처럼 반바지를 입는 요즘, 회사에 다니는 진태성(53)씨는 “탈원전 등 기업투자를 유도해 곪아 터진 창원경제 살리기에 힘써야 할 지방단체장이 바지 길이를 가지고 이벤트를 벌여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이같이 내뱉었다.

김철원(48)씨는 “시장 정도 되면 반바지를 입으면 이벤트가 되지만 단체장들이 유행처럼 반바지를 입는 것은 반바지 착용 쇼를 하는 것이라면서 보는 사람은 편해 보이지만 반바지를 입든 양복을 입든 복장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씨는 반바지 입는 날을 정한 것은 복장에 제한을 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11일 허성무 창원시장이 반바지 입는 것을 자율적으로 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 매주 수요일이면 허 시장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있으며, 강제(반바지 착용)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3일 매주 수요일을 반바지 입는 날로 정한 허 시장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지 2주가 지났다.

창원시에서는 7월 매주 수요일(반바지 입는 날) 시행한 후에 직원과 시민들 반응을 살펴보고 8월에는 월~금까지 반바지를 입을 예정이다. 또한 하반기에는 직원의 반응에 따라 패션쇼 또한 검토할 계획이다.

공무원 반바지 허용은 복장 간소화를 통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것이다.

경상남도에 사는 시민들은 공무원 반바지 착용과 에너지 절약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반바지 입는다고 에너지 절약되나
공공기관은 실내온도 곧 적정온도(냉방) 28℃를 준수해야 한다.

공공기관에너지관리합리화추진 14조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난방설비가동 시 평균 18℃ 이하 냉방 설비가동 시 28℃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바지를 입는다고 해서 에어컨을 끄는 것도 아닌데 기존 그대로 28℃를 유지한다면 에너지가 절약될 수 있을까.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40대 이명진씨는 “반바지를 입는다고 난방비가 절약되느냐며 보여주기 위한 발상이라고 했다. 또 (공무원이 반바지를 입으면) 시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경제 때문에 죽느니 사느니 하고 있는데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단체장이라면 서민들을 어떻게 먹고살게 할지 그런 걱정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창원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옷을 가볍게 입고 냉방기를 덜 틀 게 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라며 말을 흘렸다. 이어 관리부서에서는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오전이나 저녁에 일시적으로 에어컨을 끄고 있다고 답변했다.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찾는 곳(민원실)은 26℃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시민은 “한여름 대부분의 사람은 더위를 피하고자 시원한 관공서나 은행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자신의 손으로 현 단체장을 뽑았지만, 민원이 있어 관공서에 가면 공무원들이 시민을 친절하게 대하지도 않는데 덥기(관공서)까지 하다면 짜증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에 사는 박재성(39)씨는 “반바지까지는 아니지 않는가? 반바지 입는다고 냉방 온도를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차라리 반소매 와이셔츠에 노타이가 낫다”고 했다. 그는 단체장 등 공무원이 반바지 입는 것을 반대했다.

지난 3일 반바지 입는날인 첫날, 창원시청에 출근한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창원시)ⓒ천지일보 2019.7.12
지난 3일 반바지 입는날인 첫날, 창원시청에 출근한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창원시)ⓒ천지일보 2019.7.12

◆복장 간소화로 업무효율 높여질까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김민희(창원시 의창구)씨는 “반바지를 입으면 몸은 가볍겠지만 반바지를 입는다고 업무의 효율화가 높아지고, 반바지를 입지 않는다고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무원 반바지 허용은 일회성 행정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업무를 하다 보면 더워서 부채질을 하거나 선풍기를 켜다 보면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반바지를 입고 시원하게 일하다 보면 업무집중도도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전, 단속부서에서 민원인을 만날 때 반바지가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옷을 바꿔 입어야 해서 양복 한 벌 정도는 관공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최현규(38)씨는 “우리나라는 선비 사상이 있어서 공무원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면 거리낄 수는 있지만, 복장이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가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양복을 또 따로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고 했다.

◆경상남도 왜 반바지 입는 날 없나
김경수 지사는 취임 이후 자유로운 복장으로 하라는 얘기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2016년 5월 하절기 지방공무원 복장 간소화 시행 안내 관련 공문을 각 부서에 하달했다. 이후에는 별도 공문을 시행한 적이 없다. 공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에서는 공무원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진작하기 위해 품위유지와 공직 예절에 어긋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연중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절기를 맞이해 전 실과, 직속 기관, 사업소, 시군에서는 업무능률 향상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간부공무원부터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 소속직원이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옷을 입는 것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입는 것인데 반바지가 시원하니 반바지를 입으라고 하는 것은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직원을 힘들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경상남도에서는 반바지 입는 날이 없으며 넥타이를 하지 않고 와이셔츠를 입거나, 또는 티셔츠를 입고 업무에 임한다.

창원시가 매주 수요일을 반바지 입는날로 정한 첫날인 지난 3일 시청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제공: 창원시)ⓒⓒ천지일보 2019.7.12
창원시가 매주 수요일을 반바지 입는날로 정한 첫날인 지난 3일 창원시청직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제공: 창원시)ⓒ천지일보 201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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