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강계순(1937 ~  )

흔들리는 호롱불 하나 처마 끝에 매답니다
이 등불 이정표 삼아 찾아올 이 아무도 없지만
스스로 마음 따뜻해지는 등불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빛들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사람이 켠 작은 등불이 가장 따듯하다는 것에
목이 멥니다

찌꺼기로 남은 기름의 바닥까지 태우면서 
환하게 흔들리는 불

짧은 심지 돋우어 내 안을 비추면
한 사람의 마음도 밝혀 주지 못한 생애의 
빈곤한 궤적들 우르르 대못이 되어 일어서고
빛이 되지 못하고 스러진 작은 불씨들이
키를 넘는 내 안의 어둠 뜨겁게 지지면서
여기저기 내가 되어 흩어집니다.

[시평]
‘등불’,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 세상의 어둠을 밝히기 위하여 스스로를 자신을 사루여야 하는 등불. 그렇다. 등불은 자신을 태워가며 세상의 어둠을 밝혀주는 존재이다. 그래서 어둠 속을 걸어가야 하는 모든 세상의 사람들에게 등불은 따뜻한 이정표가 된다.

그래서 이러한 등불을 켜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으므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찌꺼기로 남은 기름의 바닥, 그 바닥까지 모두 태우면서 환하게 세상을 향해 흔들어 보이는 등불, 짧은 심지 돋우어 스스로의 안을 비추고 있는 등불. 이러한 등불을 바라보면 왠지 목이 메어온다. 

실은 우리 모두 한 사람의 마음조차도 밝혀주지 못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스스로 빛이 되지 못한 채 자신의 안위나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그래서 빛이 되지 못하고 스러진 작은 불씨들이 되어, 스스로의 안의 어둠 뜨겁게 지지면서, 여기저기로 우리들 아프게 흩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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