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최근 국내에서 발간된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 모음집 맥아던 장군편을 보면 그가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19년 모교인 웨스트포인트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화가 실려 있다. 생도시절 미식축구와 야구 대표선수였던 맥아더 교장은 생도들의 교육 커리큘럼 혁신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교내 체육활동을 적극 권장토록 했다. 지금도 웨스트포인트 체육관 내벽 청동관에 새겨진 “우호적인 경쟁의 장에 심어진 씨앗은 언젠가 다른 전장에서 승리의 열매를 맺는다”는 글귀는 맥아더 교장이 모토로 작성토록 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육군 엘리트 장교를 양성하는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가운데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맥아던 장군과 같은 저명한 정치가나 고위 장성 등이 많다. 웨스트포인트가 우수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학생들의 실력도 있었지만 생도시절 스포츠 ‘1인1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스포츠의 핵심인 ‘경쟁’을 이해하며 최고의 성과를 위한 방법과 방식을 터득했던 것이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엘리트 선수 육성,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필자는 좌장으로 진행을 맡아 보면서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발전을 하기위해서는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시스템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2명의 발제자와 7명의 토론자의 발표, 그리고 참석자들의 의견과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엘리트선수들의 감소 등 날로 악화되는 국내 여건과 엘리트 스포츠로 부활한 일본의 재부상 등 국외여건 등 대내외적인 상황 변화 등으로 인해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 엘리트스포츠 생태계를 강화시키기 위해선 스포츠가 갖고 있는 최고의 경쟁적인 요소를 살려나가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관계자와 전 운동선수, 스포츠학계 관계자 등이 참여해 만든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이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바람직한 엘리트스포츠 모델을 모색하는 공론화의 장을 위해 김수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주최로 열렸다. 사실 스포츠 문제가 정치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키우는데 크게 기여한 한국 엘리트스포츠 발전을 위해 정치권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스포츠혁신위는 ▲ 학기중 주중대회 참가 ▲ 특기자 제도 개선 ▲ 합숙소 폐지 ▲ 소년체전 확대 개편(통합 학생스포츠 축전) 등으로 엘리트 육성 시스템을 전면 혁신하자는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혁신위 취지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이번 혁신위의 권고안이 한국엘리트스포츠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하향평준화로 갈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경쟁 요소를 약화시켜 스포츠를 즐기는 것으로만 간다면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미래는 매우 암담하다”고 말했다.

야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박노준 국가대표선수협회 회장은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규제하는 내용이 많다. 체육을 좀 아는 사람이 만들었다면 권고안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포츠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가 없다. 엘리트스포츠를 이상주의화, 관념론적인 추구를 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자율성, 독립성을 살리며 운동하는 선수들을 위한 바람직한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스포츠혁신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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