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출처: 아프리카 TV)
유승준 (출처: 아프리카 TV)

2015년 입국 비자 신청… 거부되자 국내 법원 소송제기

1·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 “병역 기피 풍조만연 우려”

대법, 원고 패소 원심 파기… 관련 재판 다시 열려야

대법 “병역기피 경우도 만 38세면 입국제한 풀린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입대를 공언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43)씨의 비자발급을 거부하며 입국을 막은 것에 대해 대법원이 11일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게 아닌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것에 지나지 않다”며 “항고 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행정기관 지시는 내부에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며 “처분이 적법한지는 상급행정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평등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수 유승준이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사진. (출처: 뉴시스)
가수 유승준이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사진. (출처: 뉴시스)

그러면서 “재외공관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이고, 피고는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처분은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비자발급 불허 당시 영사관이 고려하지 않은 점들을 지적하며 사실상 유승준에게 비자발급이 허락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금지 제한을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사실상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영사관은 향후 유승준에 대해 재처분을 내릴 때에도 대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해 사안을 결정해야 한다.

가수 유승준씨가 2003년 6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가수 유승준씨가 2003년 6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유승준 측에 전화로 비자발급 불허를 통보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행정절차법이 정한 문서에 의한 처분 방식의 예외가 인정되는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절차에 따라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전달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국내에서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던 유승준은 “군대를 가겠다”며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돌연 미국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을 회피했다.

이에 당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11조 3항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해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했다. 유승준은 같은 해 2월 한국 입국을 시도했으나 공항 문밖으로 발을 내딛지 못했다.

유승준 인터뷰, 13년 만에 무릎 꿇고 사죄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유승준 인터뷰, 13년 만에 무릎 꿇고 사죄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유승준은 입국이 거부된 지 13년이 된 2015년 국내 복귀를 시도하면서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비자를 신청했다. 그러나 영사관이 이를 거부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 사이에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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