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은 5일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ㆍ정당ㆍ단체 연합성명'을 통해서 무조건적인 남북 당국간의 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연합성명 발표하는 北 아나운서.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북한이 5일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남북대화를 조속히 개최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남북관계를 회복하자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연합성명, 어떤 내용 담았나?
북한이 연합성명을 통해 밝힌 내용은 ▲정부 당국 차원을 넘어서 정당․단체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 ▲서로의 비방․중상을 중지하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 등이다.

특히 북한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이든 보수이든 (상관없이) 남조선 당국을 포함한 정당․단체들과 협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남한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북한이 대북 강경기조를 외치는 남측 여당이나 보수단체에까지 손을 내미는 일은 현 정부 들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눈길이 쏠린다.

아울러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나 유감은 언급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 대화’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전쟁이 터지면 여당이라고 안전하고 보수라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면서 우리 정부가 그간 고수해온 대북 강경 기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6자회담 재개․인도적 지원 유도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성명에 6자회담 재개 환경 조성과 남한의 인도적 지원을 다시 받아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신년연설에서 밝힌 대화-압박의 투트랙 전략을 저울질하려는 속셈이 드러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체제의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오는 19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금이라도 더 지지세를 확보하겠다는 북측의 계산이 녹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대화와 협상, 접촉에서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 사업을 포함하여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협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부분에서는 필요할 경우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피격 사태를 두고 논의를 할 의지가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 정부
통일부 당국자는 5일 북측의 연합성명에 대해 “북한의 진정한 태도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과거에도 북쪽은 연합성명을 통해 대남 선전공세 차원의 주장을 해왔다”며 연합성명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요구한 대화를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대한 북측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당국자의 말에서 묻어나듯이 현재 우리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명분’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남북대화 재개의 명분이 서고, 남북 간 주도권도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측이 우리 정부에 사과의 뜻을 전할 용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 두 사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할 경우 북한 내부의 동요는 물론 외부 세계의 비난이 쏟아질 게 분명한 만큼 북측은 일단 ‘공’을 우리 측에 넘기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시작된다. 명분 없이 남북대화의 문을 열 수도 없지만,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 북측이 남북경색의 책임을 고스란히 우리 정부에 전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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