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근로자 위원들은 사용자 위원들의 최저임금 삭감안에 반발해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출처: 뉴시스)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근로자 위원들은 사용자 위원들의 최저임금 삭감안에 반발해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출처: 뉴시스)

“마이너스로 회귀라니… 경영계 삭감안에 분노”

“소상공인‧중소·영세기업 지불능력 초과 수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들이 9일 열린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보이콧하고 나서 파행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사흘간 10차 전원회의를 통해 협상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근로자 위원 9명 전원이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에 반발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사용자 위원들은 수정안을 내놓지 않았다.

최저임금위 근로자 위원 9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용자 위원들의 안하무인 협상 태도에 분노한다”며 회의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근로자들을 분노케한 경영계 최저임금 삭감안은 지난 3일 8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됐다. 사용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000원으로 4.2% 삭감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근로자 위원들은 “지금 경제가 국가부도상태에 놓인 것도 아닌데 물가인상과 경제성장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고 최저임금제도의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삭감안에 대한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이날 근로자 위원들의 전원회의 보이콧에 사용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정안을 내놓지 않고, 최저임금안 삭감 의지를 피력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의 61%와 노동자의 37%가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답한 설문조사결과를 인용하며 “최저임금의 고속 인상이 사용자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부분이 나타나는 설문조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여론 (출처: 리얼미터) ⓒ천지일보 2019.5.22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여론 (출처: 리얼미터) ⓒ천지일보 2019.5.22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3개 사용자 단체들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급상승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 등의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이 됐다”고 지적하며 삭감 이유를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 법정 심의기한은 지난달 27일이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매년 8월 5일 고용부 장관이 고시해야 한다. 이때까지 이의제기와 재심 등을 거쳐야 한다. 아직 7월 중순까지는 협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8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오는 15일까지 고시를 위한 의결을 종료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개회 직전 모두발언을 통해 “11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종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열리는 전원회의에는 근로자 측에서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법상 노사 어느 한쪽이 2회 이상 무단 불참하면 이들 없이도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5월 리얼미터가 오마뉴스 의뢰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3명 중 1명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와 같은 8350원이 가장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9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올해와 같은 8350원 응답이 34.8%로 나타났다.

이어 작년 경제성장률 2.7% 오른 8580원가량(17.9%), 10% 이상 오른 9190원 이상(14.3%), 5% 오른 8770원가량(11.9%), 7.5% 오른 8980원가량(7.7%) 순이었다. 타와 모름·무응답은 각각 6.7%였다.

이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다.

최저임금.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저임금.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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