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삼국지] 왕윤의 연환계 2
[다시 읽는 삼국지] 왕윤의 연환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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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동탁을 집으로 초청한 왕윤은 산해진미의 상을 차리고 예를 다해 그를 극진히 모셨다. 술기운이 거나하게 돌자 왕윤은 동탁에게 한(漢)나라의 기운이 다했고, 천심과 민심이 모였으니 한나라를 계승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 말에 동탁은 무한히 기뻐 왕윤을 원훈으로 삼겠다고 했다. 술자리는 악공과 기녀들의 풍악과 춤으로 한바탕 어우러졌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왕윤이 다시 말했다.

“교방의 풍류가 봉공하기에 부족합니다. 집에 마침 가기(歌妓)가 한 명 있사온데 제법 절묘합니다. 그 기예를 한 번 보심이 어떠하온지?”

“매우 궁금하오. 사도께서 권하시니 한 번 보지요.”

동탁이 크게 기뻐하자 왕윤은 발을 내리고 생황을 벌인 후에 초선을 불러 춤을 추게 하라고 명을 내렸다. 그의 명이 떨어지니 악사들이 생황을 들고 나왔다.

이윽고 발 밖에는 푸른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두른 아름다운 여인이 교태를 지어 나타났다. 악사들의 생황소리가 요요하고 청아한 곡조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곡조에 맞추어 푸른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두른 미녀는 황금빛 찬란한 수단 신을 신고 가볍게 진당홍 불구슬빛 치맛자락을 펄펄 날렸다. 푸른 소맷자락이 청나비가 날듯 예쁘게 허공을 한들한들 끊었다. 고운 몸매의 둔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불구불 곡선이 몸 전체에서 흐르고 있었다.

생황 소리는 더 한층 고조돼 가락이 자지러졌다. 아름다운 계집은 점점 더 신명이 부풀어 올랐다. 마치 제비가 물을 박차고 하늘을 끊고, 청조가 호수 위에서 연꽃을 어르는 것 같았다.

생황소리가 주춤하고 가락이 끊어지자 계집은 추던 춤을 살며시 멈췄다. 그림인 듯 내린 발 앞에 오똑 서서 동탁을 바라보고 싱긋 미소를 던졌다. 그 모양을 발 안에서 바라보던 동탁은 혼이 스러질 듯 녹아 내렸다.

- 춤추는 이 누구요 본시 소양궁의 궁녀인 것을.

날씬하다 춤추는 자태 흡사 손바닥 위의 놀란 기러기로구려.

동정호 봄 물결로 날아가나 했더니.

양주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연보(蓮步)로구나.

산뜻해라 바람에 흔들리는 명화 한 가지.

따스하다 그림집에 향이 어리어

나른한 춘정을 이겨 낼 수 없구나. -

- 홍아로 박을 치니 제비 같이 빠르구나.

한 조각 흰구름이 화당으로 기어든다.

얄미운 푸른 눈썹 노는 손의 시름을 자아내고.

예쁜 두 볼 옛 친구의 창자를 끊는다.

유전으로 천금 같은 웃음을 살 수 없구나.

버들 띠로 백 보 단장을 꾸밀 수 있으랴.

춤추기를 다하고 발을 격해 추파를 흘려 보니.

아직 못하겠다. 누가 초 양왕인가. -

동탁은 발을 격해 초선의 춤이 끝나는 것을 바라보자 왕 사도에게 청했다.

“춤추는 미인을 이리 좀 가까이 오라고 하시오.”

왕윤은 발 아래서 초선을 손짓해 불렀다. 초선은 방글방글 웃으며 섬섬옥수로 조용히 발을 걷어잡고 당 안으로 들어섰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이 어른께 절을 올려라. 우리나라에서 제일가시는 동 태사 동 상국이시다. 네가 오늘 이 자리에서 뵙기는 무한한 영광이다.”

초선은 여전히 도화 양협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동탁의 앞으로 가까이 가서 깊이 재배를 올렸다. 동탁은 초선을 가까이 대해 보니 진실로 천하의 미색이었다. 꽃이 무색하고 달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하도 고운 여자를 바라보니 동탁의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 여자는 누구요?”

“가기(歌妓) 초선이라고 합니다.”

동탁이 묻는 말에 왕윤은 여포한테처럼 자신의 딸이라고 하지 않았다. 동탁은 왕윤의 가기라는 말에 초선을 곁에 앉히고 백어(白魚) 같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너 참 춤이 절묘하구나. 노래도 부를 줄 아느냐?”

초선이 약간 부를 줄 안다며 고개를 까딱대자 왕윤이 한 곡조 부르라고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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