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여성을 폭행한 한국인 남편을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19.7.9
베트남 이주여성을 폭행한 한국인 남편을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19.7.9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 했다”

게시판에 청원 여러 건 올라와

“같은 이주여성으로서 마음 아파”

“권리 찾아 달라” 호소해 ‘눈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베트남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는 남편 A(36)씨가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분노한 대중들의 국민 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인 8일 나윤민 광주지법 목포지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여 동안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B(30)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술을 마신 그는 아내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아내를 폭행하는 장면은 B씨의 휴대전화로 촬영돼 세상에 알려졌다. 앞서 B씨는 반복되는 폭행에 대비해 미리 휴대전화로 촬영할 준비를 했다. 이 영상을 B씨의 지인이 온라인상에 게시하며 삽시간에 퍼졌다.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 8일 게시된 ‘전남 영암 베트남부인 폭행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에서 청원인은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베트남 여성도 말을 잘 이해 못할뿐더러 갓난아기도 어떤 표현도 못할 시기인데 저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폭행이 습관적으로 일어났을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해도 보통 그 이상”이라고 A씨의 엄벌을 요구했다.

오후 5시 기준 1만 3770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베트남 이주여성을 폭행한 한국인 남편을 엄벌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의 권리를 찾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19.7.9
베트남 이주여성을 폭행한 한국인 남편을 엄벌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의 권리를 찾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천지일보 2019.7.9

같은 날 게시된 ‘결혼이주여성 인권 및 권리를 찾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한국생활 10년차의 결혼이주여성이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최근 10년 동안 한국 사회에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 인권, 기본권과 관련한 교육을 대체로 많이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를 강력히 처벌했으면 한다. B씨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한다”며 “타지에서 누구보다 믿고 살아야 할 인생의 동반자에게 상습적 폭행을 당하고 살았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같은 여자이자 결혼이주자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청원자는 “언어도 좋지만 결혼이주여성 대상으로 기본권·인권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자는 정헌율 익산시장의 ‘잡종’ 발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서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나.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해명 자리에서도 “튀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신중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정 시장은 4일 인권교육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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