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영어단어 ‘virtual’은 ‘가상적’이란 의미로 사용되며, 때론 ‘실질적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즉 완전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가상적인 것으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최근 이 ‘virtual’이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되고 있는데 일례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가상머신(VM: Virtual Machine)이라는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용어가 되고 있다. 가상머신은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해서 그 위에서 운영체제(OS)가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즉 컴퓨터를 똑같이 복사하고 따라 하는-이를 에뮬레이션이라 한다- 소프트웨어로써, 운영체제나 응용프로그램을 설치 및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이 ‘virtual’이라는 의미에 부합하는 것인데,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과 동일한 가상적이면서 실질적인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즉 안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가, 가상머신이 제공하는 환경과 자원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상 세계를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가상머신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경우(Mac OS에서 윈도우, 윈도우에서 리눅스와 같이)와 바이러스 차단 및 백업을 위해 독립적 공간이 필요한 경우, 하나의 머신에서 여러 명에게 운영체제 환경을 제공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가상머신은 실제 컴퓨터와 어느 정도의 통신과 사용을 기반으로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시스템가상머신은 완전한 시스템플랫폼을 제공한다. 즉 온전하게 운영체제가 가동되게끔 운영체제의 실행을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서 플랫폼은 하드웨어에서 컴퓨터가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아키텍쳐, 운영체제, 프로그램언어,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등을 의미한다. 프로세스 가상머신은 하나의 단일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단일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쉽게 이해하자면 시스템가상머신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강하고, 프로세스 가상머신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통상 가상머신이라고 이해하는 것의 대부분은 바로 후자인 프로세스 가상머신을 의미한다고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데, 이는 최근 사용되는 가상머신이 대부분 바로 이 같은 응용프로그램을 가상화하는 양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점점 더 시장이 커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클라우드 기술에서 VM은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다. 필요한 수량의 서버를 자체적으로 무한정 구매하는 것보다는, 해당 서버를 대규모로 구매, 관리하고 있는 KT, 아마존과 같은 거대 서비스 공급자들로부터 필요한 저장 공간을 구매, 혹은 삭제하여, 매우 유연하게 IT기반 시설을 관리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이나, 보안상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데, 서비스 공급자들이 운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센터 내 서버의 데이터 저장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할 때, 바로 VM을 활용하여 가상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SDN(Software Defined Network)라는 개념을 도입해, 모든 IT인프라, 즉,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을 가상화 개념으로 묶어 소프트웨어적 정의하에 운영하는 개념도 거의 정립되고 있다. 하드웨어를 단일 종류의 장비라는 개념을 넘어 하나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개별 도구로서 인식하고, 가상화라는 소프트웨어적 개념을 통해 이들 하드웨어 각각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법이 이제 대세인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 특히 IT산업에서 기술 혹은 서비스간 융합을 통한 생태계 조성이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다. 이 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가상화’이다. ‘가상화’라는 것이 실제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동등하게 활용되는 새로운 개발의 영역이기에 이는 또 다른 산업의 창작이 되는 것이다.

단지 IT기술상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가상화’라는 용어가 산업 전반의 혁신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기술이며, 먹거리로서의 기반으로 ‘가상화’는 계속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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