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당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당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블룸버그 “아베 韓수출 규제, 선거목적” 분석

靑 “WTO 제소·국제사회에 日부당함 알릴 것”

 

日상품 불매운동에 日국적 아이돌 퇴출론까지

하태경 “어리석어…日국민도 우리편 만들어야”

 

정부, 日경제보복 등 대응 민관 외교회의 출범

또 다른 뇌관, 화해치유재단해산·강제징용판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선 행동들이 한일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서부터 일본 국적의 아이돌 멤버까지 퇴출하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로우키(low-key) 기조를 유지했던 청와대는 더 이상 자제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 일본의 행태를 알리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아베, 선거에 韓수출 규제 악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은 오는 21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 윌리엄 페섹 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넷케이 아시안 리뷰’에 기고를 통해 “아베 총리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결국 중국과 북한만 이롭게 한다”며 이처럼 진단했다. 페섹은 일본 전문가다. 그는 아베 총리가 곧 다가오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보수층의 득표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좋아할 만한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서로 조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일본 기업에도 피해가 갈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은 이 틈을 타서 호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페섹은 안보 측면에선 북한이 좋아할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은 한일이 힘을 모아 대북 압력을 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갈등으로 동맹 관계에 균열되길 바란다는 지적이다.

페섹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마당에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흉내를 내지 말고 한일 관계를 더 긴밀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 말을 스스로 어겼다.

◆日불매·퇴출 운동…“되레 한국에 피해”

일본이 한국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이에 반발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대상기업 명단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본의 상표를 달았지만 한국인이 종사하고 한국과 연계해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인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국적 아이돌 멤버들의 국내 활동을 중단시켜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와 아이즈원이 타깃이 됐다. 이들 아이돌 그룹의 팬들과 다수의 누리꾼들은 “외교 정치적 문제의 책임을 연예인에게 돌려선 안 된다” “일본 국민과 연예인이 아닌 일본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국적 아이돌 멤버 퇴출 운동을 두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트와이스, 아이즈원 일본 국적 멤버 퇴출운동은 대한민국을 돕는 운동이 아니라 해롭게 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그는 “싸움에서 이기려면 우리 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 있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일본 국민들까지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우리가 이기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꽤 있는 국내 활동 친한파 일본 연예인들까지 우리의 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이길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5일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등 복합적인 외교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조정기구로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출범시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회의에는 외교부 강 장관과 차관을 비롯해 청와대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 실장급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제공: 외교부) 2019.7.5
5일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등 복합적인 외교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조정기구로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출범시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회의에는 외교부 강 장관과 차관을 비롯해 청와대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 실장급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제공: 외교부) 2019.7.5

◆靑, 침묵 깨고 공개 대응 나서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침묵을 깨고 공개적인 대응에 나섰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연일 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과정을 두고 국제법과 국제사회 홍보 등을 통해 전면에 나설 방침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WTO 제소뿐 아니라 일본 제재가 철회돼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을 형성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일본은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기에 WTO의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이러한 조치를 철회토록 외교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산업부, 외교부 등은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과 관련된 바세나르 협약, 가트(GATT) 협약에 기초한 WTO 체제에 위배되는 말을 직접적으로 한 것으로 봤다. 산업부는 WTO 제소 등 국제법적 절차를 추진하고, 외교부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청와대는 각 부서가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외교부는 5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등 복합적인 외교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조정기구로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출범시켰다. 회의에는 외교부 강 장관과 차관을 비롯해 청와대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 실장급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정의기억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2015 한일합의 무효와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8.8.6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정의기억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2015 한일합의 무효와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8.8.6

◆“韓, 치유재단 해산완료 日에 안알려”

한일갈등에 있어서 또 다른 뇌관이 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와 강제징용 판결 집행 문제다.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5일 ‘화해·치유재단’이 지난 3일 해산등기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해산됐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의 지원사업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지난해 11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해산을 결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의 재단 해산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은 이달 초 해산 절차를 마무리했다.

강제징용 판결 관련 갈등도 오는 18일 중재위 설치 답변 시한을 기점으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제3국 중심의 중재위 설치에 대한 한국의 답변 만료일을 18일로 설정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및 추가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