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한글세계화운동총본부 뉴질랜드 본부장

 

뉴질랜드의 전통춤 ‘하카(Haka)’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5
뉴질랜드의 전통춤 ‘하카(Haka)’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5

뉴질랜드는 남반구의 맨 끝에 위치한,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나라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 년 전 폴리네시안(Polynesian)의 한 종족인 마오리(Maori)족의 쿠페(Cupe)가 발견했다. 이는 마오리족이 뉴질랜드 최초의 이주자임을 알게 하는 내용이다.

고립된 위치에 있는 섬나라이지만 120여개가 넘는 민족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뉴질랜드는 마치 작은 세계를 연상케 한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의 문화가 이곳에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뉴질랜드는 오래전부터 다문화주의를 표방해 오고 있다.

뉴질랜드 문화 가운데는 이색적인 ‘춤’ 문화가 있다. 눈을 크게 뜨고 큰 소리로 말하면서 혀를 내미는 춤이다. 바로 뉴질랜드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국민춤으로 발전한 ‘하카(Haka)’라는 춤이다.

유래를 살펴보면 ‘나이티 토아(Ngati Toa)’ 부족과 ‘나이티 마니아포토와 와이카토(Ngati Maniapoto and Waikato)’라는 연합 부족과의 전투에서였다. 1810년 마오리 ‘나이티 토아’ 부족의 지도자인 ‘테 라우파라하(Te Rauparaha)’가 연합 부족과의 전투에서 패함에 따라 ‘나이티 마니아포토와 와이카토’ 부족을 피해 음식 구덩이에 숨게 됐다. 나중에 기어서 구덩이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테 라우파라하’가 평소 알고 있었던 친한 부족장인 ‘테 파레앙이(Te Whareangi)’였다. 그는 살게 되었다는 것에 너무 기쁜 나머지 그의 친한 부족장을 위해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춤을 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춤이 ‘하카’다. 이후 ‘하카’는 마오리족 군인들이 전쟁에 출전하기 전, 자신들이 더 강하다는 자신감을 나타내는 일종의 세리머니 형태, 또는 승리를 기원하고자 추는 춤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울러 이웃을 환영하거나 일의 성취를 알리고자 하는 목적 등 다양한 용도로 발전했으며 남성, 여성 그리고 어린이들까지 추게 되었다. 근래 들어서는 사회·국가의 다양한 공식 행사에도 도입돼 있다.
 

뉴질랜드의 전통춤 ‘하카(Haka)’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5
뉴질랜드의 전통춤 ‘하카(Haka)’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5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하카’춤이 뉴질랜드 스포츠 ‘럭비’와 연관되기 시작했다. 럭비는 뉴질랜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다.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인 ‘올 블랙스(All Blacks)’는 1905년 영국 원정 경기에서 경기 전에 ‘하카’춤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하카’는 럭비 경기 전에 춰야 하는 전통이 됐다. 1분정도 추는데, 이는 팀의 단결력을 보여줌으로써 상대팀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한편, 전의를 불태우기 위해서다. ‘하카’춤을 추면서 지르는 괴성은 경기장을 울릴 정도로 힘차고 우렁차다. 이와 반면에 ‘하카’에 맞불 대응을 하지 않는 상대팀은 어쩔 수 없이 구경만 해야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카’춤은 부족, 성별, 시기, 상황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하다. 대표적인 ‘하카’로는 ‘카 마테(KA MATE)’와 ‘카파 오 판고(KAPA O PANGO)’가 있다. ‘카 마테(KA MATE)’는 일반적인 하카지만 ‘카파 오 판고(KAPA O PANGO)’는 더 분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기일 때 추는 춤이다. 강한 상대팀을 상대로 경기를 할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하카’춤을 선보인 대표적인 예로는 2010년 피스퀸 여자축구대회, 201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만과의 경기, 2014년 미국 국가대표팀과의 농구월드컵 등이 있다. 럭비에서 시작된 ‘하카’춤이 다양한 스포츠 종목, 사회·국가적 행사에 도입돼 있다. 이는 승리·성취를 위해 힘, 강한 정신력을 표방하는 동시에 환영 등을 나타내는 뉴질랜드의 독특한 문화코드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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