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국제법 등 동원해 단호히 대응”
국산소재 업체 ‘수혜’ 기회 전망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보복성 수출규제를 시작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상응한 조치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 조치를 위해 내부 검토 절차에 들어갔으며, 일본에 대한 경제 조치 등의 맞대응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칫 한일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보복 조치로 4일 자정부터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필요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제재를 시작했다. 대상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 제작에 이용되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쓰는 에칭가스 등이다.

처음 수출할 때 포괄적인 허가를 한 번만 받으면 향후 3년 동안은 그냥 수출할 수 있게 해주던 ‘우대조치’를 폐지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개별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사를 받으려면 통상 90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일본 정부가 그대로 밀어붙인 것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90%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이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에 큰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수출 감소세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일본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국가 명단,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출 타격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한국 수출규제 (출처: 연합뉴스)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한국 수출규제 (출처: 연합뉴스)

이 같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의 명백한 경제보복”이라며 “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상응한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보복 조치는 국제법에 위반되기에 철회돼야 한다”면서 “한국 경제뿐 아니라 일본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조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홍 부총리는 일본이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WTO 제소 결과가 나오려면 장구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유일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며 “국제법·국내법상 조치 등으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 대한 우리의 수출규제나 경제조치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잘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책방안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과 소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이 중요하다”며 “차제에 부품, 소재, 장비와 같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대해 국산화라든가 수입선 변환, 국내 생산 시설의 설비 확충 등 관련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추경 심의 시 관련 예산 반영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을 2.4%~2.5%로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반영하지는 않았다”면서 “앞으로 전개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경제 성장률을 변동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아직까진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코스피는 12.71포인트(0.61%) 오른 2108.7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77포인트(0.26%) 내린 691.27로 장을 마감했다. 반도체 관련 종목인 SK하이닉스(1.59%), 삼성전자(1.32%)도 증가했고, 전기전자 업종도 1.35%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대로 국내 제조사 및 소재 업체 등이 수혜의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오히려 국산 소재 비중 확대가 이뤄질 수 있고 국내 소재 업체의 수혜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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