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의 절

박호영(1949 ~  )

그 옛날 부처께서 길을 가다가
어느 곳을 가리켜 절을 짓고 싶다 하니
거기에 풀 한 포기 꽂으며
절을 다 지어 놓았다고
응수한 이도 있었다는데
하기야 절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인가
마음 안에 절이 있으면
수시로 그 절을 드나들며
불공을 드릴 수 있는 것이요
마음 밖에서는 절뿐만이 아니라
어떤 화려한 집도 집이 아닌 것이다

[시평]

‘절’이라는 말은 어쩐지 푸근하기도 하고, 때로는 멀리 느껴지기도 한다. 실은 ‘절’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속세와는 다른, 그래서 어쩐지 별스러운 장소라는 생각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런가, 이러한 절에는 무언가 우리들이 모르는 다른 것이 숨겨져 있을 듯하고, 그래서 때로는 우리네 삶의 부족한 것들을 절 어딘가에 계실 듯한 부처님의 크나 큰 손이 포근히 감싸주고 다독여 줄 듯도 하다.

그래서 절은 흔히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닌, 깊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음이 일반이다. 그러나 그러한 ‘절’ 어디 별다른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 옛날 부처님께서 길을 가다가 어느 곳을 가리켜 절을 짓고 싶다 하니, 거기에 풀 한 포기 꽂으며, 절을 다 지어 놓았다는 일화와도 같이, 절은 세상의 어디, 부처님 마음과 같은 그러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모두 절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부처님과 같은 마음가짐을 지니고 살아가려고 마음다짐을 한다면, 바로 그 마음 안에 절이 있는 것이요, 그래서 마음 안의 절, 수시로 드나들면서 우리 모두 불공을 드리는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 그 어디고 절과 같이 푸근하고 다독여주는 부처님의 마음 자리하고 있어, 그래서 이 세상 모두 푸근한 세상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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