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석면암 투병중인 이성진씨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석면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석면암 투병중인 이성진씨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석면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안전한 석면철거로 피해 막아야”

국내 최초 20대 석면피해자 증언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저는 꽃다운 20대를 투병 생활만 하며 보냈습니다…. 국민 모두가 석면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치된 석면들이 안전하게 철거되면 좋겠어요.”

석면으로 피해를 입은 이성진(29)씨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린 ‘석면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여해 “18살에 악성중피종(일명 석면암) 진단을 받았다. 왼쪽 폐를 절개하고 9년째 암 투병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0년 10월 직업학교를 다니던 중 폐결핵을 진단받고 5번에 걸쳐 왼쪽 흉부에 찬 물을 빼냈다. 그러나 물이 계속 차올라 천안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입원, 검사결과 악성중피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악성중피종은 강한 암세포가 복막이나 흉막에 발병하는 질병으로, 90% 가량이 석면노출로 인해 발병한다. 이 때문에 ‘석면암’이라고도 불린다.

이씨는 “4번의 항암치료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13번의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33회를 진행했다”며 “너무나 큰 고통이었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으며 우울증도 생겨 살기 싫다는 생각이 여러 번 날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전국석면피해자 증언대회’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전국석면피해자 증언대회’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그러면서 “치료가 끝났을 때는 혼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몸이 많이 상했고 체중은 아프기 전보다 15㎏ 빠졌다”며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된 통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석면피해구제 제도로 요양생활수당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갱신하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불안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석면피해구제 제도는 석면에 노출돼 건강상 피해를 본 사람이나 유족에게 구제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석면피해판정위원회가 심의·의결해 갱신할지를 결정한다. 위원회에서 석면암이 완치됐다고 판단할 경우 요양생활수당 등이 중단된다. 이씨의 인정 유효기간은 2021년 3월까지다.

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인 스즈키 아키라씨는 “석면 질환은 짧게 10여년, 길게는 40여년 동안 긴 잠복기간을 가진다”며 “10대에 석면피해를 인정받고 20대에 증언하는 사례는 한국에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석면추방네트워크가 조사한 결과 충남 아산에 있는 이씨의 집 근처 슬레이트 지붕에서는 석면이 총 65%(1곳 35%, 나머지 2곳 각각 15%) 검출됐다. 이씨가 다닌 초등학교의 교실과 복도 천장재도 석면인 것으로 파악됐다.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석면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석면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김숙영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증언을 듣고 나니 이씨의 모습이 아이들의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답답하다”며 “학교가 석면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기에 학교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하고 학교석면피해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내 석면 공사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근로감독관의 증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언대회에 참여한 다른 석면 피해자들도 안전한 석면 철거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그 어떤 것보다 빨리 추방돼야 한다”며 “석면 추방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와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등은 여름방학 기간 학교 석면 철거와 관련한 감시를 진행하며 오는 10월 27~30일 ‘아시아 직업과 환경 피해자대회’를 통해 국내 석면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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