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새해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맞는 새해는 그 어느 해보다 왠지 소망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왜일까.

서기동래(西氣東來)라 하듯 지난해 서방으로부터 질풍노도와 같이 달려왔던 백호의 회오리가 언저리로 물러나면서 그야말로 인류의 미래가 이 동방으로부터 새롭게 꽃피워지기 시작하는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신묘(辛卯)년 새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60갑자의 스물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토끼는 예로부터 우리에게 아주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또 신성시하는 동물로 익히 알려져 왔다.

해(日)에는 고구려의 상징이기도 한 세 발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三足烏)’가 있는가 하면, 달(月) 안에는 계수나무와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어 늘 미지의 세계 이상향을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게 해 왔다.

일월성신이라 하듯, 신비스런 달 속엔 계수나무 아래서 옥토끼가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절구에 불사약(不死藥)을 찧고 있다. 이 불사약은 불로초, 불사조와 같이 불로장생(不怒長生)을 염원하는 인간의 소망을 담고 있으며, 또 그 소망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것을 약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삼국사기에 최초로 기록된 구토설화. 토생전, 별주부전으로 이어오며, 오늘날 판소리 ‘수궁가’로 더 유명해진 토끼의 이야기에서 보면, 용궁에서 살아나올 정도의 꾀를 지닌 동물로 지혜의 상징이며,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며, 다산(多産)을 하는 동물로 리더 내지 치리의 본능을 지녀 다스림의 상징까지를 더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신라 선덕왕 26년(727)에 승려 혜초가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와 ‘왕오천축국전’을 지은 해가 바로 토끼해였으며, 세계문화유산에 보관시설과 보관물이 함께 지정된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또한 토끼해에 제작되었으며, 선조들은 시대마다 도읍지를 옮길 때는 꼭 토끼해에 맞춰 천도(遷都)를 했다 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좋은 일들이 역사 속에 토끼와 함께 해 왔다는 사실을 토끼해를 맞아 징조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519년 중종 14년 희빈 홍씨의 아버지 홍경주에 의해 당시 사림의 우두머리격인 조광조와 사림이 사형과 귀향이란 권력투쟁의 최후를 맞은 기묘년의 사건 즉, 기묘사화도 있으며, 1627년 인조 5년엔 후금의 침략으로 빚어진 전쟁 즉, 정묘호란도 토끼해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역사는 이처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상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마치 ‘송구영신 호시절’이라 했다면, ‘호사다마’ 하다고 하듯이 말이다.

어쨌든 이 신묘년은 분명 좋은 일들이 가득한 해가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토끼해가 갖는 상징 중에 다산(多産)과 함께 다스림의 의미가 유독 와 닿는다. 지혜와 풍요와 번영과 다스림이 강조되는 이 한 해 우리는 세상의 충고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지혜와 아량이 필요할 것 같다.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전국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바람이 담긴 사자성어 곧 ‘민귀군경(民貴君輕)’이다.

“관권이 인권 위에,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고, 힘센 자가 약한 자를 핍박하는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교수들이 이 민귀군경을 뽑은 이유다. 민귀군경, 즉 ‘백성이 가장 귀하고 임금은 그보다 가볍다’는 뜻으로서 지난해를 반성하며 새해에는 토끼가 주는 상징성을 꼭 이루자는 부탁이며 다짐의 표현인 것도 같다.

다스리는 자는 ‘민심이 천심’임을 기억하며, 이제 새해 이 민심의 소리가 곧 하늘의 소리인 줄 알고 두려움과 떨림으로 귀 기울여 다스리고 치리하는 리더십을 기약해 보자.
또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를 소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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